만남과 헤어짐
내 전공은 컴퓨터공학이다. 늘 그랬듯 새 언어를 배울 때마다 숱하게 'Hello, World!'를 화면에 출력해왔다. 새로운 세계로의 '안녕'의 외침은 설레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 까만 창에 'Hello, World!'를 출력했던 그 쾌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금은 웹 개발자로 밥 벌어먹고 있다.
어쩌면 'Hello, World!'를 찍었던 이 문장이 '복선'이었던 것 같다. 막상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니, 프로젝트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이 되면서 어제도 셀 수 없는 몇 번째의 이별을 맞이했다. 든 자리보다는 난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나는 여전히 이별이 익숙지 않은 김 대리다.
순간을 소중히
언제부터인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선 항상 이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한다. 얼마 전 친하게 지냈던 과장님은 늘 나한테 물었다. "넌 왜 맨날 새로 오는 사람한테 잘해줘?"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과장님은 정을 주고 나면 미련이 남아서 더 이상 마음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나도 과장님과 같은 마음이다. 잘해줄수록 기대감이 커질 때도 많았다. 그래도 그냥 잘해주는 편이 더는 후회가 남지 않았다. 내 마음속 짐을 덜기 위한 길,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태껏 다시 만난 사람보다 못 만난 사람이 훨씬 많았다. 물론 다시 보면 더 좋겠지만,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 마음속으로 응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로 끝맺기를 바란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고, 감정이 다칠 때도 있다. 오죽하면 증오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이 사람을 회사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미워할 수 있을까? 싶은 날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우리는 한 솥밥을 먹으며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다. 결국 회사라는 공간에 만나 서로를 미워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도 아까울 따름. 나 역시 증오하는 마음으로 보낸 시간이 뭉쳐 증오 덩어리가 되어 기억에 억지로 지워버리기엔 내 젊음이, 그리고 청춘의 시간을 미움으로 보내는 거 같아 아쉽다.
지금 모든 걸 통달한 신선처럼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지금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과 한 솥밥을 먹으며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냥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어쩌겠는가 둘 중 하나 어느 누구도 그만두지 않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나가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듯 물갈이가 크게 되는 때 마음 불편한 그분도 더 좋은 기회가 있기를, 아니면 내가 더 좋은 기회를 하루빨리 잡기를.
생각해 온 만남과 이별에 대한 글로 써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 3년간의 생각을 이 글로 풀어본다.
내일도 소리 없는 전쟁터에 평화주의자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