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BX, 팝업스토어에서 펼쳐진 브랜드경험디자인 고객 입장으로 보기
"오늘은 홍대에 갔다가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샤넬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갔는데,
오락실이었다!?
샤넬이라면
보통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엄청난 가격에 가까이 가기도 어려운 느낌인데,
게임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왔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매장 안에는 80년대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게임기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샤넬 로고를 모양낸 거대한 블록이었다.
그 블록을 통해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샤넬의 제품들과 메이크업을 체험할 수 있었다.
직원들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화장도 해주었다.
나는 평소에 화장을 잘 안하는 편인데,
샤넬의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니까 얼굴이 환해졌다.
이상한데
오히려 좋아!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샤넬은 고급스럽고 멀리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젊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브랜드였다."
2030 고객입장에서 팝업스토어는 이런 느낌일껍니다.
샤넬이 기존에 가져왔던 ‘고급’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상당한 변화인데요, 그 전략 또한 재미있습니다. 바로 '게임'을 통해서 친밀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제공한다는 것이죠. 과연 이 럭셔리 브랜드는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샤넬(Chanel)은 1910년, 코코 샤넬이 설립한 프랑스의 하이엔드급 명품 패션 브랜드입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하죠.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덕분에, 매출은 '꾸준'을 넘어 '없어서 못 살'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런 샤넬이 최근 들어 색다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백화점 로열 1층’의 룰을 깨고, 복합쇼핑몰 지하 1층으로 내려오더니, 세계 최초로 젊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보이 드 샤넬’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샤넬은 또 홍대에 오락실 콘셉트의 팝업스토어 ‘코코게임센터’를 열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관심을 모았는데요, 저도 공부 삼아 직접 다녀왔습니다. 매장 앞에서 보니 팝업스토어가 꽤 크더군요.
한산한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북적이는 인도에 서서 기다리자니 살짝 짜증이 나려는 찰나 제 차례가 왔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잘 생기고 키 큰 20대 운영요원들이 모바일로 초대권을 확인하고 어떻게 센터를 이용할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 줍니다.
들어가자마자 저는 '경험디자이너'답게 먼저 한 바퀴 돌면서 경험계산(?)을 했습니다. 직업병이죠. 슬로건이나 카피 등 아이덴티티는 어떤지, 직원들의 태도나 제품·공간·사운드 디자인 등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했는지, 또 고객들이 촉각·후각·미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샤넬이 아니라 오락실 같았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게임 블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대형 샤넬 로고였습니다. 매장은 메이크업이나 사진 촬영 등 기존의 즐길 거리 외에도, 아타리의 ‘퐁’을 응용한 도트 그래픽 게임 ‘스매시’와 리듬 액션 게임 ‘사운드’, 드라이빙 게임 ‘뷰티 라이드’, 인형 뽑기, 퍼즐 슈팅게임 등 80년 대풍의 게임기들을 들여놨습니다. 한마디로 신박하고 파격적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죠.
매장은 젊은 감성에 맞춘 볼거리로 가득했습니다. 직원들 나이도 젊어 보였는데요, 친절하게 먼저 다가와서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직접 화장도 해주는 등 직원들의 고객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직원의 권유로 메이크업을 받아보았는데요, 정말 신선하더군요. 이 신박하면서도 요란한 오락실 감성은 딱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했습니다. 저도 물론 인스타에 바로 올렸죠.
저는 그제야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샤넬은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20~30대에게 친숙한 게임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구나!' 매 순간, 사람들에게 추억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이 모든 걸 기획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쓴 게 보였죠. 2030의 장기기억에 자리 잡으려 노력하는 샤넬의 모습이 조금 익숙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샤넬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봤을 때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명재영 cody@wedidti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