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당신은 잘 죽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by 래리

23년 9월 4주 차의 문장공방


한 주제에 대한 본질을 생각하고, 문장들을 모아 생각을 정리합니다.



사망(死亡) : 생리적으로는 호흡과 심장의 고동이 영구적으로 정지하는 일, 법률적으로는 생활기능이 절대적·영구적으로 정지함으로써 권리능력이 상실되는 일.

사망이란 생활 기능이 절대적, 영구적으로 정지함으로써 권리능력이 상실되는 일이라 정의한다. 모든 게 나의 통제를 벗어나고, 타자적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상태, 즉 주도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내 주도성이 상실될 때, 즉 내가 죽을 때 어쩌면 더 잘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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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건 내 밖에 있다." - 유퀴즈온더 블럭 EP79 中

국과수 박남규 원장님은 죽음이 내 통제 권한 밖에 있다고 말한다. 100년 일평생을 살아낸 노인이 편안하게 죽을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도 몇 가지의 우연만 겹친다면 세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에 이어서 이루어지는 게 죽음이다. 즉 죽음은 통제 불가능하고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생에 겪는 일 중 하나란 것이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안전하게 살아가는 '일상적인 하루'들이 더욱 안전하게 느껴진다.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이 더 또렷하게 보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죽기에, 우리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에 따라 건강한 사람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만, 나에게 '건강한 삶'이란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쌓아가고자 노력하며 실제로 쌓아가는 것이다. 나의 재산이라던가 생각, 그리고 나만의 것들을 쌓는 것.


그러기에 나의 경우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무엇이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나의 기록으로부터 회고되며, 발견되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이기도 하다. 나의 기록물은 이전의 나를 돌아보고, 나를 회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그럼에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며, 기록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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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10년 남았다고 했지만, 이렇게 즐겁게 살면 남은 시간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 - 키즐 "시한부 29살이 29살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中

내일 죽는다면? 시한부 판정을 받은 29살이 동갑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영상을 보면서 이런 말을 보았다. "끝이 있음을 알고 있을 때 삶의 밀도는 높아진다."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메시지는 많이 접했지만, 유독 이 메시지는 강하게 여운이 남았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임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상적이기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두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풍족한 것보다 부족한 것에 더 마음을 두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있는 KTX 5호차에서 느껴지는 공기, 창문을 너머 펼쳐지는 초록색 숲들, 간헐적으로 우는 뒤편 어딘가의 아이를 달래는 부모들.


느낄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고, 감각에 집중하니 의미가 생기고 있다. 얼마 전 굳이 데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의미와 낭만을 찾을 수 있는 날의 신조어였다.


생각해 보면 삶에서 인상적인 기억들은 굳이 그랬어야 할까 싶은 행동들에 의해 엮어졌다. 굳이 얘기를 꺼내고, 굳이 만나고, 굳이 내가 움직였을 때 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할 여운이 더 길게 남는 듯하다. 이번에도 추석 연휴에 굳이 2일 먼저 와서 혼자 여행을 했다. 오랜만에 정처 없이 518 광장을 자유롭게 거닐어도 보고, 3년 만에 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생을 만나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에도 굳이 죽음을 생각해 보고, 대비해 보며 나에게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결국 더 잘 잠들기 위해, 우리는 살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을 때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어떤 상황에서 잘 떠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