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05. 나의 서원, 지금 쓰는 이 문장

by 메아리

나는 지금 이 문장을 쓰고 있다.

신학교를 나온 지 몇 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서원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서원을 버린 적이 없었다.


서원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신학교에서는 말이었고, 물리치료실에서는 손끝이었고, 태극권에서는 중심을 느끼는 감각이었고, 지금은 글일 뿐.


성인성녀들처럼 지옥으로 내려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내 앞의 지옥에서, 각자의 지옥을 사는 사람들 옆에서, 여전히 서 있으려고 한다.

그것이 나의 서원이다.


나는 번제물로 타오르지 못했다. 카인처럼 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타오르는 게 아니었을지 모른다.

증언하는 것. 살아서, 말하는 것.

종교의 형태에서, 언어와 손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이 문장을 쓰는 것.

이것이 나의 서원이다.


나는 지금 여기 있다.


말할 자격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말하고 있다.

번제물로 실패했지만, 지금 증언하고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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