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보면서
아무런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무슨 일인가?
당황스럽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이는 내가
충분히 자유롭고
하고자 하는 일을 불편 없이 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뜻이리라.
직장에 매인 삶을 살던 그때는
쓰고 쓰고 또 써도
끊임없이 쏟아내야 할 말이 있었다.
가슴속에 묻힌 답답함이
기회만 되면 비집고 나왔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동료들도 퇴근 한 시간
깜깜한 건물 안
불 켜진 한 곳에
늘 내가 있었다.
훨훨 자유롭게,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가고자 하는 곳
하고자 하는 일을
내 의지대로 사는 것
그것을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