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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Aug 09. 2019

나는 글렀어

진작에 <성공의 공식: 포뮬라> 를 읽었더라면

진지한 이야기



같잖은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고단한 기말고사 후 시험의 압박을 1초라도 빨리 털어내기 위해 수많은 술자리가 벌어지던 때였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마침 한국에 잠시 일이 있어 들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몇몇 친구들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왔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약속이었지만 왠만하면 거의 다 참석하려 했다. 기분 좋은 친구들 옆에서 술 몇 잔 얻어먹을 얄팍한 심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로 바쁜 시기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쾌활한 친구도 여전히 쾌활했고, 조용했던 친구도 여전히 조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잡담을 안주 삼아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어느새 몇몇 친구들만 남았고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 나이대에서 할 법한 고민과 진지한 상담으로 흘러갔다. 오고가는 말 몇 마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친구가 술잔을 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나 진심으로 후회한다.”
“갑자기? 뭐가 ㅋㅋㅋ”
“내 진로.”


다들 내심 놀라는 눈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 친구가 그 말을 하는 게 뭔가 이상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최상위권에서 놀던 그 친구. 다른 친구들이 수시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 합격증을 거머쥔 그 친구. 무엇보다 명확한 꿈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이 멋졌던 그 친구. 그 친구가 지금 자신이 잘못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돌아올 수 없는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척 말하고 있다.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진 후,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그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들: 그럼, 너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거야?

친구: 있지. 있긴 있는데 이젠 너무 늦은 것 같아.

친구들: 뭐가 늦어? 이제야 20대 초중반인데.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지

친구: 아니야, 너무 늦은 것 같아. 다른 친구들보다 10년에 뒤쳐졌는데 언제 다시 시작해.


나는 글렀어.

그 이후 몇 마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글렀다는 말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던 탓인걸까.


나이가 뭐가 중요해


<성공의 법칙포뮬라> 의 마지막 챕터인 <부단히 노력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의 내용을 읽는 내내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한 사람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데 시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나이를 먹거나 시작이 늦어도 “Q-팩터” 와 “아이디어” 만 있다면 충분히 세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젊은 사람들이 커리어 초기에 많은 성공을 이룬 것 ‘처럼’ 보이는 건 단순히 젊음이라는 사실이 아닌 그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실패해봤기 때문이라는 것. 


한 마디 한 마디를 읽고 다시 되새겨보면서   때는 이런 말을 해주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에 책장을 덮고 조용히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내 자신이 쇠락하는 것같다고 믿었던 그의 모습 속에서 어렴풋이 나 자신을 발견해서 그랬던건 아닐까.


순댓국집 아저씨 김칠두


53살에 맥도날드에 합류한 레이 크록, 27년을 교도소로 보내고 76세에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 책 속에 나온 Q-팩터가 높은 사람들의 대표적 예시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참고하기엔 너무나도 위대하다. 존경스럽지만 너무 멀다. 그렇게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도전하고 실패해 성공에 이른 사람들을 조사하다가 특이한 사람을 발견했다.



패션모델로서 '김칠두' 의 꿈은 그가 태어나고 14600일만에 이루어졌다. 그는 의상에 관심이 많아 전문학원까지 다니며 의상 디자이너 및 모델을 꿈꿨지만, 현실에 가로막혀 생선장수를 하고 순대국밥집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야만 했다. 패션모델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지만 늙어가는 그의 몸과 정신은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패션모델의 꿈을 놓지 않은 결과 그의 꿈은 이루어졌다. 시니어모델의 대표주자 ‘김칠두’는 이제 대한민국 모델의 대표주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이 사람이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자신을 잊어버리는 게 아닌, 그 때 그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열정을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통해 행동으로 옮긴 사람. 여느 모델보다 자신감 있었던 그의 스텝은 나이를 잊은 듯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이 ‘따위’ 로 그의 움직임을 규정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모습에서 성공의 법칙이 보였던 건 아무래도 우연이 아닐까 싶다. 문득 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그 친구에게 책과 비디오 링크를 함께 보냈다. 지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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