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x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프라이탁>
야, 내 것도 만들어줘! 내 것도, 내 것도!
마커스와 다니엘이 야심차게 (?) 만든 작품을 내놓자, 주변 사람들이 내놓은 열광적 반응의 극히 일부였다. 둘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당연한 것이 그들이 내놓은 작품이라는 것은 트럭의 방수포와 끊어진 안전벨트로 만든 메신저 백이었으니까. 둘은 주변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야 상품화와 사업자 등록에 착수했다. 그렇게 세계적 업사이클링 기업 중 하나인 '프라이탁' 은 탄생했다.
그 시작은 정말 단순했다. 단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근처의 학교를 오고가던 마커스와 다니엘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자전거로 학교와 집 사이를 오고 갈 때마다 종종 비를 맞아 멀쩡한 책이나 자료가 다 젖었다. 어떤 날씨에서도 내용물을 보존할 수 있으면서 편리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필요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와중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버려진 방수포였다. 무언가가 번쩍 떠올랐는지, 둘은 자그마치 5년이나 된 방수포를 집으로 질질 끌고 와서 목욕탕에서 때를 벗겼다. 고약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했다.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때는 벗겨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쓸만한 상태가 된 방수포를 어머님의 재봉틀로 박음질해 조악한 가방을 만들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유니크한 그 가방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형제와 그 지인들만이 아니었다. 가방이 입소문을 타고 취리히 우체부에도 팔리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그들의 가방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창의적인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인가?
현재 프라이탁의 대표적 제품군인 가방은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70~90만원의 고가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프라이탁의 팬들은 대표인 마커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의 업적을 칭송한다. 뛰어난 창의력으로 '업사이클링' 개념을 세련되게 풀어낸 "타고난" 천재 디자이너라는 당사자가 들으면 낯부끄러워할 만한 찬사와 함께. 일각에서는 그들의 천재성이 '친환경 마케팅' 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들은 정말 천재였기 때문에 방수포 속에서 '프라이탁' 이라는 브랜드를, 그리고 이를 '친환경 마케팅' 에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서, 창의성은 과연 천재들의 전유물인걸까?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흐름에 오르기 위한 4단계에 주목하라
빅데이터를 통해 유수의 기업에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회사인 <트랙메이번> 의 CEO인 앨런 가넷은 그의 저서인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을 통해 소위 창의적인 결과물이나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소위 '크리에이티브 커브' 이라고 불리는 창의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면 그 아이디어나 상품이 소위 '스위트 스팟' 이라고 불리는 단계에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상품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스위트 스팟에 오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창의력' 이라는 원천은 천재성이나 타고난 것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이를 키우는 4단계와 프라이탁 형제의 상황을 결부시킨 것이다.
1) 소비
경험과 지식이 결합된 새로운 아이디어는 '저절로' 눈에 띄는 법이다.
성공하는 기업가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만 있는 제3의 자료를 수집하는데 각별한 관심을 둔다.
창의적인 사람은 친숙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보통 광범위한 지식 기반에 의존한다.
기본적으로 프라이탁 형제는 디자이너이다. 그들은 패션 및 디자인 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먼저 접하고 이를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은 여타 디자이너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찾고 그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고자 했다. 오죽하면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아이디어 수집가' 로 칭하겠는가. 거리로부터 영감을 얻기 위해 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화는 유명하다.
더욱이 그들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많은 물건들을 직접 접하고 만져보고 이를 조합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겼다. 덕분에 제작 과정에서 으레 갖는 소재에 대한 편견이 없었으며 오히려 소재가 갖는 뜻밖의 특성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
2) 모방
정말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솜씨 좋은 리믹스일 뿐이죠.
'친환경 마케팅' 이나 '업사이클링' 이라는 개념은 그들에게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그들의 부모님은 각각 사회 운동가와 마케팅 컨설턴트였다. 광범위한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어머니와 효과적인 마케팅을 제안해 기업에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기업의 정체성을 찾고 있던 그들에게 효과적인 모방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부모님들이 보여줬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모방하고 변형한 덕분에, 프라이탁은 단순히 방수포를 기워서 만든 가방을 파는 기업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하게 업사이클링을 하는 친환경 선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모방의 가장 큰 특징인 '제약' 을 그들은 아예 제품의 메인 컨셉으로 내세운다. 200명 규모의 프라이탁 제작자들은 소재의 색깔이나 질에 주목하지 않는다. '친환경' 과 '업사이클링' 이라는 주된 가치를 광적으로 지키기 위해서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들은 다 제거된다. 매장 인테리어는 투박하다 못해 거칠 정도이다. 소개 동영상은 미사여구라고는 단 1%도 없이 오직 제품의 구석구석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자신의 원칙을 광적으로 지킨다는 '제약' 을 메인 컨셉트로 내세운 순간 그들의 '오리지널리티' 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업사이클링을 하는 모든 기업은 '제2의 프라이탁' 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에 업사이클링을 하는 다른 기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약을 응용한 효과적인 리믹스 사례인 셈이다.
3) 창의적 공동체
창작이란 '팀 스포츠' 에 가깝다.
트럭의 방수포나 버려진 안전벨트같이 거의 돈이 들지 않는 소재를 사용함에도, 프라이탁의 제품이 비싼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모든 가방이 수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아웃라인만 정해져 있을 뿐 세세한 디자인은 모두 사람의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 최종 제품도 사람의 눈과 손으로 만들어지고 검증된다. 또한 재료의 수급, 가공, 제작, 검수 등의 과정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람과 시스템, 이 두 요소를 위해 프라이탁 본사는 취리히를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하우스로 만들었다. 유수의 디자이너 인재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취리히에 살도록 배려했다. 디자인에 대해 자연스러운 논의가 오고가고 이를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을 취리히에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한계 상황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4) 반복
데이터 기반의 반복적 과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것은 창작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법칙이다.
그들이 직원을 뽑을 때에 하는 테스트가 하나 있다. 바로 재맥락화 (recontextualization) 의 알파벳을 순서대로 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이다. 비록 자신만의 개성을 내세워 브랜딩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개성은 엄연히 '사용자 기반 데이터' 로 분석된 '근거 있는' 개성이다. 프라이탁은 지금도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스토어를 통해서 새로운 악세사리나 의류 등의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보는 것은 이젠 프라이탁의 DNA에 새겨진 문화이다.
프라이탁 형제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성공가도에서 또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는다.
자신에게 타고난 '창의력' 이 없다고 상심하기 보다는, 끝없이 원천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합치고 변형하여 자신만의 리믹스를 찾을 수 있다면 어느샌가 그 아이디어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