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같은 물건, 다른 말

by 초연

살 때는
필요하다고 믿었다


지금 아니면
못 살 것 같았고


가격을 보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나를 설득했다


집에 와선
박스를 한동안
버리지 않았다


팔 때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오래 썼지만
상태는 좋다고 적었고


사진을 찍기 전에
괜히 한 번 더 닦았다


그 물건이 아니라
그때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비싸 보이길 바라면서


당근에서는
물건이 오가는 게 아니라


사던 나와
팔던 나의
설득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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