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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09. 2021

윤아인 피아노 리사이틀

2021년 2월 21일, 롯데콘서트홀

여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그 피아니스트는 살아갈 날을 상상하며 라흐마니노프를 꿈꾸고 있네요.


윤아인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또모 유튜브에서 스쳐 들었고, KBS클래식 살롱드피아노에서 천천히 들었던 윤아인입니다. 연주회의 분위기는 어떨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동경하는 사람이 연주하는 무대를요.


그 사람이 갔던 길을 나도 가고자 하고 걸어갈 때, 내 발걸음의 소리를 내가 들을 때 희열이란 얼마나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것일까요.



아름다운 하늘색 드레스로 무대를 나오는 윤아인을 보면 감탄으로 시작합니다.


달빛이다. 드뷔시가 어울리지 않을까. '기쁨의 섬'이 리스트에 있긴 했지만, 파반느나 아라베스크도 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걷듯 날아다닐 텐데.


이내 상상이 끝나기 전에 연주는 시작되었고, 윤아인은 차분하고 또 열정적으로 모짜르트와 쇼팽을 연주했습니다. 공부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해야 할까요? 스스로 느껴 피아노는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게 닿았습니다.


기쁨의 섬 역시 부드럽고 강렬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마이크 때문이었고, 실제로 들으면 한없이 여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마디를 잘게 나눠 보고 연습했는지 음 하나하나에서 들렸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악흥’이 남았습니다. 사실 전 이 작품을 듣기 위해 찾아왔거든요. 결론부터 말할까요? 6개의 악장이 끝나는 순간, 저는 윤아인이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190cm가 넘는 거구였기에 쉽게 연주할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윤아인이 정말 컸습니다.


온 힘을 다해 연주한 피아니스트를 보며 박수가 절로 나왔습니다.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화려했고, 그러면서도 넘치지 않았습니다.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은 여러 색으로 꾸며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직 학교를 마치지 않았고, 코로나가 완화된다면 또 러시아로 돌아갈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돌아온 윤아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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