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플랫폼 '첫차'의 데이터 사용법 - 유란희 미스터픽 셀장 인터뷰
미스터픽의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서비스 '첫차'는 누적 다운로드 400만, 누적 거래액 1조원, 모바일 중고차 앱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치열한 중고차 시장에서 6년차 스타트업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요? 그 이면에는 데이터가 흐르고 있습니다. 유란희 미스터픽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셀장에게 첫차가 어떻게 데이터를 마케팅과 서비스에 활용하는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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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차의 '데이터'라면 당연히 유저의 데이터일텐데, 우선 첫차의 타깃 유저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 첫차의 모객 유저는 '자동차에 관심있는 누구나'다. 관심사가 꼭 '중고차'인 분들은 아니다. 차를 좋아하거나 필요한 고객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중고차를 택한다고 판단했다.
-- 첫차의 마케팅 목표는 첫째는 그들이 '첫차'를 알게 하고, 둘째는 그들이 '첫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차를 사고 파는 것은 광고가 신박하다고 해서 쉽게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구매의 특징은 목돈이 들고, 사용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충분한 숙고 끝에 내리는 결정이다. 따지고 보면 생애 몇 안 되는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유저가 차를 사게 된다면, 언젠가 봤던 '첫차'를 떠올릴 수 있도록 자동차 관심 유저들의 활동 저변에 '첫차'의 메시지를 심어두고자 했다. 이렇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람들은 언젠가 중고차가 필요할 수 있으니까'라는 전제다.
예를 들어, 광고는 클릭해도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는 A가 있다고 하자. 만약 커머스였다면, 예산에 따라 A는 광고 대상에서 제외해도 되겠다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첫차 입장에서는 다르다. 자동차 구매 특징으로 볼 때, 광고를 클릭했다는 것 그 자체로 관심이 있다는 걸 알려 준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첫차가 보여지는 것. 그게 첫차 마케팅에서는 중요한 과제다.
광고와 함께 중고차 매매 플랫폼임에도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boon와 같은 자체 채널을 통해 신차 소식을 알리고, 자동차 관리법, 애프터 용품 등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범위가 넓기 때문에 고객 세그먼트가 상당히 다양하다는 전제로 시작한다.
어떤 유저가 반복적으로 꾸준히 한 모델을 집중적으로 본다면, 그만큼 그 모델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하나의 모델에서 유사모델로 범위를 확장해 검색하는 유저는 또 별도로 나눈다. 그리고 각 채널 별로 유저 분포 형상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채널에 적합한 마케팅 소재를 쓰고 거기에 적합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물론 예산을 먼저 투입하더라도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유저 세그먼트가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첫차가 바라는 방향으로만 마케팅 공략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소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열어두는 관점에서 고객 세그먼트를 구분하고 있다.
-- 첫차 서비스로 유입된 유저들이 우리의 광고를 어떻게 봤을까 역추적하면, 한달 전에 저희가 집행했던 광고에 반응했던 유저였던 사례가 있다. 처음에는 최근의 광고로 유입된 줄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타이밍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 행동 전환이 된 셈이다. 이렇게 인지도를 올려주는 미디어 매체가 있고, 그 타이밍이 됐을 때 유저의 행동 전환에 기여하는 미디어 매체로도 구분할 수 있다.
--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차량이 첫차에 입고되면 유입된다. 사실 중고차는 누군가에게 유일무이한 차다. 이 가격에, 이 컨티션에, 이 타이밍이 나온 중고차는 해당 매물 밖에 없다는 강한 믿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응이 높다.
또 중고차를 잘 모르는 분들은 차량의 상태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차량 구매 시 꼭 점검할 부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게 가장 걸림돌이다. 이런 유저에게는 아무리 좋은 매물 관련 정보 보다, '사기 전에 체크해봤어?'와 같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반응이 좋다. 이를 위해 '신호등 검색'이라는 허위 매물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초반에 들어온 유저들 같은 경우 이용률이 높다
최근에는 첫차 플랫폼 유저 보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중고차 구매나 내차 팔기 후기, 건의사항 등으로, 주로 구매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콘텐츠로 쓰인다. 수치적으로 보면 거래 전환율도 높은 편이다.
-- 저희가 마법사가 아니니, 유저가 어떤 행동을 했다고 중고차를 산다, 안 산다는 결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유형은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탐색 단계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유저가 있고, 곧 구매를 할 것 같은 시그널을 보내는 유저가 있다. 이를 유저의 앱 이용 패턴을 활성 지수로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상했고 타입에 따라 '관심/탐색 그룹', '대상 구체화 그룹', '시점 구체화 그룹', '구매 임박 그룹', '구매 확정 그룹'의 5단계로 나눴다.
각각의 단계에 따라 목적도 달라진다. 탐색 단계의 유저들은 비슷한 주기, 비슷한 프리퀀시(빈도), 비슷한 행동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단위로 자신이 편한 시간대마다 매물을 보기 위해 첫차 앱에 접속하는 유저가 있다. 그러면 이 유저를 첫차와 차량 탐색 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고 정의한다. 이 사람은 차량 검색만 하고 있으니까 당장 구매로 이끌어내기 보다는 '계속해서 차량을 볼 수 있도록 관련 매물의 연결고리를 제공하자'가 우리의 목적이 된다.
또 '시점 구체화 그룹'의 유저들은 정말 관심 있는 모델들을 집중적으로 보다가 심사숙고해서 찜하기를 한다.그런데 그 찜한 행동을 잊었을 수 있다. 찜한 모델이 팔린다면, 그것도 사용자에게는 구매에 필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차는 '네가 찜한 차량이 지금 판매가 됐다'고 알려주면서 유사한 차량들을 추천해준다.
각 그룹별 비중에 따라, 혹은 그룹 내에서 사용 주기나 프리퀀시, 특정 차량에 대한 집중 및 분산도 등의 특이점을 포착해서 이후 서비스의 모습이나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아이디어를 얻는다. 첫차의 사업 방향성은 우리 앱을 사용하는 ‘유저’로부터 기인하는 셈이다.
"사용자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법,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이었다"
-- 모든 것들이 '가설 > 검증 > 가설 > 검증…'의 결과이고, 그런 경험은 비일비재하다. 사실 중고차 시장이 너무 어려운 시장이다. 그래도 시행착오가 고마운 건, 피해갈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을 예측하고,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걸을 시도하고, 그러면서 또 데이터가 나오면 다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이러한 루틴을 반복할 수 있는 건 시행착오 덕분이다.
--첫차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이었다. 중고차 시장이라는 것은 매해 커지고 있고, 성장하는 시장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만큼의 공력이 드는 싸움이다. 그래서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결정을 해야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첫차 사용자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이었다.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하겠다는 것."
'첫차'는 다른 중고차 플랫폼과는 다르다. 여타 플랫폼이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이라면, 첫차는 고객이 중고차 구매에 필요한 차량 성능 정보, 딜러 중개, 거래 과정을 지원한다. 그래서 좋은 중고차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좋은 중고차를 가진 '딜러'를 찾았다. 이 관점에서 첫차 서비스가 상정하는 유저의 최종 액션은 '중고차를 샀거나 팔았다'가 아니라, '좋은 딜러와 연결이 됐다'가 관건이 된다.
첫차는 좋은 딜러를 찾기 위해 중고차 시장 최초로 '인증 딜러 시스템'을 도입했다. 딜러 인증 절차는 중고차 매매 사원증, 경력을 확인하는 서류 절차에서부터 첫차 운영진이 직접 딜러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대면 심사까지 한 달 가량 소요된다.
이는 중개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도 이어진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제3자이기 때문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첫차 측은 "몇 천 만원에 달하는 중고차 다루는 플랫폼이 책임 회피성 스탠스를 취할 수는 없다. 그러면 첫차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딜러를 확보해야만 중고차 중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
최근 첫차 플랫폼으로 구매가 늘어남에 따라 딜러가 고객에게 제시한 금액으로 실제 거래됐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관련 서류 관리부터 이슈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 이전에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일했다. 광고 매체의 특성을 익히고 그것에 대해서 효율을 높이는 게 저의 KPI였다. 그러다 보니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봐야 하고, 검증에 대한 고민도 해야했다. 또 당시 고객 기업의 매출 등 주요 데이터도 볼 수 있었는데, 유저의 비즈니스 데이터까지는 알 수 없었다. 매체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더 의미있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치있게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IT 서비스이면서, 마케터지만 기획자로 일할 수 있는 곳, 제작/개발 부서와 접점이 많은 곳을 희망해서 첫차를 택했다.
-- 일을 하다 보니 데이터 분석은 아주 나중의 일이었고, 그 이면에는 데이터 기준 설정부터 검증, 관리, 활용, 경우에 따라 데이터 툴의 트러블슈팅 이슈까지 처리해야 했다. 개발 단계에서도 가이드를 주려면 데이터를 알아야 했다. 또 유저의 행동 로직은 계속 달라지는데,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는 동시에, 데이터 지표도 개선해야 한다.
여기서 굉장히 많은 가설들이 만들어지는데, 이게 일을 하다가도 '우리 유저들의 특정 행동을 추적하는 기능이 있었나?', '이 데이터를 내가 알면 어디에 활용할 수 있지?'와 같은 질문이 연속으로 떠오른다. 조금 더 구체화가 되면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나와 준다면 만족스러운데, 그 이전까지의 정말 힘들다. 결국 데이터의 본질에 들어가야만 해소할 수 있었고 파고들다보니 이해도가 올라갔다. 그러면서 점점 직무로서 받아들이게 됐다.
-- 개인적으로 ‘퍼포먼스’, 혹은 ‘그로스’ 마케터라는 타이틀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틀 안에 가두는 것 같기도 하고, 성과에 기여하는 업무만 찾아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이 서비스에 왜 이런 마케팅 전술이 필요한지 고민을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첫차 서비스 안에서 의미 있게 흐르도록 만들고 싶다.
게다가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데이터 유형도 많고 데이터 툴도 많다. 이것들을 하나씩 활용해 보고 싶다.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우리 서비스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첫차 서비스가 2030세대가 차를 사거나 혹은 차를 사려고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비스로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