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코로나 팬데믹] ①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재택근무 경제(work-from home economy)가 시작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회사 출퇴근 개념이 희미해졌습니다. 대신 '스마크워크(Smart work)'라는 개념으로 통용되었던 업무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크워크는 기존의 사무실 근무라는 물리적인 위치에 종속된 업무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 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지향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선택 영역이었던 업무 방식이, 코로나 이후 필연적인 형태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스마트워크의 방식은 크게 재택근무,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등 세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말 그대로 외부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형태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초기인 2020년 초반, 수도권의 지역 감염이 확산되고, 기업 건물 내부에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른 건물 폐쇄로 인해 주요 IT기업이나 대기업은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습니다.
이는 사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셧다운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특히 SK텔레콤, 네이버, 넥슨,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은 클라우드로 업무 환경이 이전된 상황에서 인터넷만 되는 장소라면 업무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직장인의 적응도 빨랐습니다. 재택근무에 있어 단점이었던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관련 기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죠. 위메프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전년 대비 홈오피스 관련 기기 웹캠은 2987%, 디지털 캠코더는 796% 노트북은 44%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줌(Zoom), 구글 미트(Google Meet, 과거 행아웃) 등 화상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은 원격 근무를 더욱 원활케 했습니다. 그 활용 정도는 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줌(ZM US)’의 주가 상승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줌(ZM US)’의 주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400%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외에도 슬랙, 카톡, MS 팀즈 등 업무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활용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은 클라우드 기반 SaaS형으로 제공해 일일 사용자 1200만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어판까지 출시해 국내 사용자층 본격 공략하기에 이르죠. 슬랙은 일과 생활의 메신저를 구분한다는 점, 클라우드 기반이라는 점, 파일 전송 및 업무 기록 등이 쉽다는 점에서 원격 근무 방식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이러한 강점으로 지난해 12월 업무용 솔루션 리딩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슬랙 서비스 제공사인 '슬랙 테크놀로지스'를 약 277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한화로 약 30조 1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2018년 IBM이 오픈소스 기업 레드햇을 약 38조 4500억원에 인수한 M&A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슬랙 사례 이외에도 MS의 팀즈를 비롯해 네이버는 네이버워크,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내세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출시 등 원격근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원격근무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님을 시장이 받아들인 셈입니다.
사실 대다수 직장인은 이미 재택근무를 경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환 또한 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블라인드’와 마이비스킷에 따르면, 2020년 3월 직장인 882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7.6%가 이미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 원격 근무의 환경이 갖춰진 상태였던 것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를 앞당겼던 셈입니다.
이러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일하는 모바일 오피스, 집이나 업무 현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등의 스마트워크 방식은 자연스럽게 원격 근무의 일종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이동이 제한된 상황 속 원격이 강조되자, 기존의 회사 사무실이 모바일 오피스나 스마트워크플레이스처럼 성격이 변화된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를 일주일 중 '3일 출근 + 2일 재택', 혹은 '4일 재택 + 1일 출근'과 같은 형태로 사무실을 활용하기에 이릅니다.
반대로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재택 근무가 길어지자, 이전과 같이 사무실 출근의 업무 형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커졌습니다.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코로나 팬데믹이 상황이 끝나더라도 복귀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재택근무를 시작한 미국에서부터 나타났습니다. 미국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의 직장인 3000명 중 35%가 재택근무가 끝날 경우, 회사 역시 그만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업으로 이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54%가 재택근무가 유지될 경우에는 퇴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답변한 아마존닷컴의 직원 중 45%는 '재택근무를 유지하기 위해 협상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구글 등 다수의 IT 기업은 2021년에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키로 했으며, 트위터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재택근무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PwC의 '미국 재택근무조사(US Remote Work Survey)'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 55%가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재택근무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30%까지 재택 근무를, 엘지(LG)전자는 50%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SK(주)는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100%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트톤,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업계도 100%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재택근무 경험을 계기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재택근무가 상당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는 가운데, 만약 향후 단계가 완화되어 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더라도 복귀를 원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반증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주관적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생산성과 기업이윤이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재택 근무의 유무가 직원 만족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직원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업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최대 구직⋅구인 회사인 링크드인(LinkedIn)은 재택 구직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났으며, 게다가 기업 역시 재택 근무 활성화로 인해 이전보다 보다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기존의 '일을 위한 출근-퇴근'의 근무형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직장이 유지될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8시간 근무 체제' 자체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 자율성, 협업 시간의 효율성, 업무량 지정 등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억지로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빠르게 '재택근무 경제(work-fromhome economy)'로 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와중에도 코로나 팬데믹은 줄어들 기미가 들지 않고 전례 없는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재택근무의 보편화가 우리 경제와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