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Jul 27. 2022

쉽게 빨리 달성하고 싶은 마음

퇴사를 하고 보니 시간이 정말 많다.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의 대략 9시간은 정말 하루의 전부였던 것 같다. 저녁 시간을 쪼개 학원도 다니고 나름 알차게 사용했던 것도 같은데 이렇게 하루 온종일을 내 것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여유롭다. 정말.  새삼 돈 걱정 없이 하루를 여유롭게 쓸 수 있는 부자들이 또 부러워진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하루를 여유로만 채울 수 없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니 '콘택트렌즈 사러 가기', '빨래 하기', '밥 먹기', '에디(고양이) 모래 사러 가기', '20분 운동하기', '차에 짱 박아둔 짐 정리하기' 정도다. '피그마 수업 듣기'도 있는데 오늘은 그냥 계정 살아있나 접속해보기 정도만 해야겠다.


오전에 일어나서 신문도 보고 라디오도 듣고 고양이랑 놀다가 점심 먹고 나서 겨우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빨래를 돌려놓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니 오늘 해야 할 일 절반은 다했다. 덥지만 평화롭다. 그렇게 한 30분을 돌고 오니 바쁠 때 무시하고 지나쳤던 생각이 마음에 찬다. 사무실에서 옆 직원에게 농담처럼 말하고 말았을 그런 이야기들이 문득문득 생각 나는 게 기분이 좋다. 아직 머리가 굳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개점휴업했던 브런치를 다시 열고 글을 올리려고 한다. 누구 말 따라 예쁘게 꾸며보고도 싶었다. 테마를 가진 블로그처럼? 하지만 막상 건들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안될 때가 많았던 기억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만 써야지 마음 고쳐 먹었다. 지금은 있는 리뷰니 뭐니 나눠진 카테고리도 부질없다 부질없어.


뭐 써야 하나 걱정도 있지만 계획은 없다.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해야지. 음악도 좋다. 기대된다. 그나마 한 가지 다짐하는 건 매일 써봐야겠다는 거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가장 쓸모 있는 능력은 '있는 그대로 쓰기'와 '없으면 뭐라도 쓰기'다. 고민의 깊이에 따라 글의 밀도야 달라지긴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니 그냥 적어야겠다는 '멋대로' 정신이 더 크다.


원래는 100일 100 글 쓰기였다. 100개라니. 맥북 에어 샀을 때 다짐했던 거 같다. 이게 100만 원 조금 넘으니 글 하나당 만원씩 잡고 100개 쓰면 돈값하는 거라고 했던가? 이제는 안다. 매일 쓰지 못할 거다. 물론 아무렇게나 쓴다고는 했지만 적어도 주제는 있어야 하고 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이라는 걸 담아야 한다. 그러니 이걸 3개월 넘도록 매일 쓰는 건 피곤하고 30일 정도면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루 이틀 빠진다고 해서 죄책감 들지도 않을 거 같고. 무엇보다 난 쉽게 빨리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게만 해도 글쓰기 체력은 충분히 올라오겠거니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맥북에어를 구입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