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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Sep 02. 2023

알다가도 모를 카카오

이번엔 좀 제대로 해볼 브런치(1/2)

사용자 입장에서 카카오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만 하기 때문이다. 말하고 보니 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보다 적당한 설명은 없다. 다만 생략된 부분이 있는데, 그건 사용자 앞에 (많은)이라는 말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카카오뷰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가 올랐다. 처음에 출시할 적에는 양질의 콘텐츠니 큐레이팅이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구나 올릴 수 있다는 장점, 조금만 하면 카톡창에 노출된다는 장점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잘 보면 기사 복사 붙여 넣기 수준이 많았다. 그렇게 점점 가십은 늘어나고 질은 떨어지더니 사람들은 찾아가지 않았고, 결국 사라질 운명이 됐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카카오는 여지없다. 조금만 별로다 싶으면 없애 버린다. 궁금한 김에 찾아보니 '구독 ON', '카카오TV', '톡명함' 등등등 잠깐 찾았는데도 엄청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면서도, 4000만이나 유저를 보유한 기업이 공식서비스로 내놓고 해 보고 안되면 없애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게, 쌓여 있는 유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도 아직 살아남은 이 브런치 아니 브런치스토리가 새삼 대단하다.




나 역시 이 브런치스토리(구 브런치)를 했다가 안 했다가 그랬다. 해봐야 카카오가 수틀리면?? 없애 버릴 게 분명하니까. 그런데 이제 변곡점이 온 것 같다. 아니 주사위가 던져졌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작가의 작가를 만들었다는 것. '스토리 크리에이터'라고 이름 붙였던데, 브런치스토리에 글 쓸 수 있는 권한도 심사?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한발 더 나아가는 셈이다.


그러니까 이전의 브런치 작가 시스템으로 잘 되지 않았던 '양질의 콘텐츠, 양질의 플랫폼' 전략을 조금 더 날카롭게 만들어해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자였던 관점에서 '이게 되겠어?'라는 걸 해보는 카카오의 의지가 참 대단하다.


두 번째 이유는 후원 기능을 넣었다는 거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텍스트 콘텐츠에 인색한 곳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글은 무료로 제공한 후 트래픽 모아 광고 장사를 한다. 그런데 카카오는 이런 대중의 행태가 변하고 있다고 판단한 듯싶다.


몇 달 전에 여성의 웹소설 유료 구입 지표가 올라갔다는 통계를 본 것 같은데, 여성 유저가 많은 브런치이니 논리적으로는 변화의 판단 근거가 될 것도 같다. 아마도 후원 다음은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리라 생각이 든다. 브런치 만들어질 적에 대놓고 따라 했던 미디엄(medium)이 이미 유료 구독 모델로 돈벌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도, 나름의 웹아카이브이나마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는 바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키워볼 마음이 들었다. 요즘 자금난인 데다가 지금 내가 가장 빠르게 잘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것이니 더 욕심이 난다.


그렇다고 에세이니, 리뷰니 뭐니 뭐니 이것저것 그냥 적다 보면 힘도 빠지고 구색도 안 나오는 거 같아서, 기획이자 전략을 좀 세워봐야겠다.


그 기획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글을 쓸 것인지가 있겠고, 어떻게 쓸 것인지가 있겠다. 또 보면 발행 주기 같은 걸 정해야 하겠고,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목표다. 결국 브런치를 세우는 일도 내 시간을 들이는 일이고, 이를 나와 나의 거래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나에게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인지, 또 나는 브런치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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