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감각에도 층위가 있다면 나는 귀가 눈보다 높고 깊은 곳에 있다. 이걸 인정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계기가 생각보다 우습다.
나 역시 현대 일반인처럼 숏츠에 어느 정도 중독된 사람이고 10분인 줄 알았는데 1시간을 넘긴 적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혀 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나오는 영상들이 2배속 빨리 감기로 재생되고 있더라. 그게 트렌드인가 싶었지만 나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
아무리 무섭거나 역겹거나 끔찍한 영화를 보아도 눈을 감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목소리나 혹은 소음에는 참을 수 없어 귀를 막아야 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대한 내용은 이곳저곳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경계를 그려낸 감독의 연출을 감탄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를 보는 행위는 셀레브레이션에 가까웠다.
하지만 영화는 고통스러웠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영화 내내 들려오는 고통 담긴 소리를 들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것은 벽으로도 막은 수 없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홀로코스트에 대한 장면을 보고 읽었지만, 이 영화가 들려준 귀로 전해오는 고통은 '너 역시도 외면하는 사람'이라는 경고가 됐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용기도 못 내겠고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