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2023년 10월~12월 5,353,848원
어느 정도 지났으니 1년 전에 한참 알바했던 썰을 풀어보자.
나는 22년 중순에 창업했고 개발하고 영업하고 버티다가 망했다. 돌이켜보면, 영업하고 개발하고 창업하고 버티는 수순이었다면 좀 달랐을 것 같은데, 그 얘기는 후일 풀어보자.
지금부터 말하려는 건 끝끝내 버티던 이야기다. 그렇게 1년을 삽질만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하니 대출 이자에 생활비까지 쪼들리다가 알바 전선에 나섰고 그 알바하다가 그 시간에 비즈니스를 못하니 더 망하는 꼴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간 5,353,848원을 벌었다.
(지금은 회사 다니고 있다.)
10월에 했던 알바는 다음과 같다.
스타트업씬에는 '라면수익성'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하루에 라면 하나 사 먹을 정도만 벌면 된다는 말이다. 그 정도만 벌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터지니 그걸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 '라면 사 먹을 돈'이 자신의 비즈니스이든, 다른 알바로 해서 벌든 말이다.
10월까지만 해도 이 라면수익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드문드문 알바를 했다.
우선 우체국부터 기억해 보자.
정확하게 말하면 우편집중국이다. 심야에 지역별 우편집중국에서 가서 택배 분류하는 거다. 우체국 알바 공고를 보면 월요일에서 화요일 넘어가는 날에만 일하는 알바를 뽑는다. 알바라기보다는 기간제 알바? 같은 건데, 한 달 단위로 혹은 두 달 단위로 월요일마다 온다고 신청할 수 있다.
월요일마다 근무시간 조정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서 그랬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말이 기간제이지 그냥 시급 알바다.
처음에 갔을 때는 레일 옆에 서서 박스 혹은 비닐 택배 올리거나, 앞쪽에서 남이 태워서 내려 보낸 택배 각(?)을 맞추는 일을 한다. 각을 맞추는 이유는 택배에 붙은 바코드 인식을 해야 해서다...
그걸 한 2타임 하고 나면 1시간 정도 밥 먹는 시간이 있다. 그때 한 밤 11시 정도 됐던 것 같다. 아. 1타임은 70분이었던 것 같다. 야간이라서 19시 30분에 일을 시작한다. 나 일했던 우편집중국 옆에서는 편의점이 있어서 거기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돌아오면 큰 택배를 받아야 한다. 해당 우편집중국에 할당된 지역으로 배송된 일정 크기 이상, 예를 들어 배추박스... 같은 걸 카트에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이게 진짜 허리가 나간다... 시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배추절임 박스 나오는 김장 시즌, 쌀 나오는 수확 시즌이면 정말 말도 못 하게 힘들다. 문제는 그때 내가 했다는 것이지. 알겠지만 우체국은 전국에서 서울로 보내는 사랑과 애정의 택배 박스가 많아서 무게들이 장난 아니다.
그래도 쿠팡처럼 잔인하게 쏟아지지는 않지만 디폴트 박스 무게가 엄청나다 보니, 과일 박스 한 10개 연속으로 들어서 카트 안에 쌓고 나면 진짜 죽을 거 같다. 정말. 박스 대기하면 레일이 타고 오는 중형 박스들이 보이는 '넘어가라, 넘어가라'라고 빌고 빌었다.
이것도 운이라고, 돌아다니는 계약직 아저씨들이 도와주기는 한다. 그래도 무관심하고 다 일하는 사람들이니 무조건적인 호의를 바랄 수 없다. 어차피 알바는 곧 하다가 말 것이라는 인식이라서 말도 안 붙인다.
말 나온 김에 더하면, 좋은 아저씨도 있지만 어이없이 인신모욕하는 놈들도 많다. 나도 레일에 박스 태우는 타이밍 몇 번 못 맞췄다가 정신 빠졌냐는 소리 들었다 방금 뭐라 그랬냐고 하려는데 옆에 아저씨가 참으라고 해서 참고 또 그 타임 끝나고 따로 불러서 고인물들이라서 그렇다고 젊은 사람이 이해해 달라고 부탁해서 냅뒀다. 그런 점에서 우체국은 일은 그럭저럭인데, 똥을 밟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 타임에서는 작은 비닐 택배를 구획별로 나누는 걸 한다. 이건 우체국이라서 우체부가 배달하는 거라 좀 세부적으로 나눠야 하는 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달력이나 스마트폰 케이스 그런 거다. 이때가 한 새벽 3시 반이나 4시 정도 된다.
여기서는 아주머니들이랑 일하는데, 빠릿빠릿하면 좀 칭찬받는다. 어떤 아주머니랑 친해졌는데(커피 챙겨주시고 근무조에 따로 불러서 껴주심), 워낙 시간만 채우고 가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왜냐면 어차피 지금 못해도, 주간조가 와서 하는 거니까 대충 노가리만 까다가 시간 때우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니 시간에는 농땡이 치지 말고 하되 끝나면 바로 가라고, 도와줄 생각 말고, 더 해줄 생각 말고 떠나라는 좋은 말을 해주셨다.
알바비는 하루 그러니까 저녁 7시 반에 시작해서 다음날 5시인가? 6시인가? 까지 하면 16만원 정도 나온다. 많은 것 같지만 일하는 시간은 진짜 길어서 하는 만큼 아니 덜 받는다. 돈은 일주일인가 지나고 준 것 같다. 돈 받으려면 우체국 통장이 있어야 한다.
집중국이 역 근처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기엔 좋긴 하다. 하지만 알바 끝나고 역을 타면 좀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과도 마주치게 되는데, 요때 좀 현타가 온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