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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알바 열심히 했던 썰(2)

결론부터 말하면, 2023년 10월~12월 5,353,848원

by SEOK DAE GEON

*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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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밤마다 우체국에서 날밤 까고 집에 가서 좀 쉬었다가 일, 그러니까 밤사이 미팅이나 밀린 서류 처리 같은 걸 했다. 하지만 대출 원금+이자 상환일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기에 쿠팡 알바도 해야 했다.


*쿠팡


어쩌면 운이 좋았다. 비록 가까운 서울 센터에는 뽑히지 않았지만 안성0센터에서 바로 불러줘서 스케줄 잡고 갈 수 있었다. 보면 보면 알겠지만 쿠팡... 한 달 내 많이 갔다. 그래도 아직은 체력이 있음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쿠팡 알바 신청하는 걸 보면, 알바 사이트에서 센터에서 올리는 공고를 보고 문자를 보내거나 전용 앱으로 신청하거나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앱으로 바로 지원했다. 알바 사이트에서 공고를 보고 문자를 넣기도 했는데, 앱으로 지원하라길래 이게 별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원 후에 선정을 기다리면 되는데, 하루인가 이틀인가 뒤에 확정 문자가 온다. 확정을 받으면 최대한 아니 무조건 가려고 했다. 분명 간다고 했다가 거절하면, 후에 신청을 해도 선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정말 갈 수 있는 날만 신청했다.


가본 곳이 안성, 동탄, 용인 정도 가봤다. 센터마다 돌아가는 시스템이 각각 달라서, 처음 가본 곳은 '멀뚱멀뚱'이 디폴트다. 그래도 3-4번 정도 가보면 적응이 되는데 센터가 워낙 크다 보니 길을 항상 헷갈렸던 것 같다.(그럴 때 조끼 입은 사람에게 바로 물어봐야 한다.)


여하튼 간에 아쉬운 게 돈이라서, 이왕 하는 건 한 푼이라도 더 번다고 모조리 허브로만 지원해서 일했다. 허브가 무엇이냐. 저기 센터들은 메가 센터급이라서 상품 공장이나 회사에서 보낸 제품들이 대형 트럭에 실려서 온다. 그걸 하차 알바가 내려서 레일에 태우고 레일을 탄 택배가 지역별로 분류되어 떨어진다. (쿠팡 택배에 '흥'이나 '안'이니 글자 하나 적힌 게 그 지역 코드 같은 거다)


그걸 허브 알바가 받아서 팔레트에 쌓아서 코일이었나 비닐이었나 그걸로 말아서 핸드쟈키로 끌어서 옮겨두는 일을 한다. 그걸 다시 트럭이 해당 지역으로 가져가서 풀고 택배차에 옮기게 된다.


허브는 레일 타고 내려오는 걸 받아 들어서 걸어서 쌓고 다시 또 걸어서 들어서 쌓고 감싸고 옮기는 게 일이다. 쌀이랑 고양이 모래랑 물티슈 박스들...상상도 하기 싫다. 방금 한번 떠올렸는데 허리가 아프다.


그걸 요래 저래하다 보면 '발바닥'이 진짜 아프다. 문제는 그냥 신발을 못 신는다는 거다. 안전화를 신어야 하는데, 처음 간 내가 뭘 알겠다고, 빌려준다고 하니 그냥 갔지.


빌려주긴 한다. 이것도 센터마다 다른데, 다 헐어서 짝도 찾기 어려운 안전화 알아서 찾아서 신으라는 곳도 있고, 그래도 짝은 맞춰놓고 가져다 신으라는 곳도 있다.


안전화 없이 첫날을 보낸 나는...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종아리가 진짜 아프고 온몸이 쑤신다. 쿠팡에서 발바닥이 온몸과 연결됐다는 한의학의 고견을 체험할 줄 몰랐다. 그래서 없는 돈에 안전화랑 깔창을 샀는데, 그 후로 피로도가 거의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쿠팡 역시 사람 운도 좋아야 한다. 한 두 개의 레일에 계약직 2명이랑 알바 1명 혹은 숙련된 알바 1명과 적당한 알바 1명, 계약직 1명 그런 식으로 붙는다. 좋은 계약직 만나면 바빠도 잘 도와주고 요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장갑도 두 개 끼고 해야 손가락이 안 아프다는 것도, 좋은 아저씨가 알려줬다.


그런데 자기들끼리 노는 사람들 만나면, 자기들만 순번 정해서 돌아가며 농땡이 부리는 게 다반사다. 그러면 알바 혼자 일하게 되는 꼴이 부지기수다. 관리자가 친한 계약직들은 같은 조로 편성 안 시키려고 한다고도 하고, 근무 중에 "ㅇㅇㅇ씨 어디 갔어요?"라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지만 쿠팡 갈 때마다 맨날 봤다.


그렇다고 알바가 덜 힘든 건 아닌데, 더 힘들어진다는 게 문제다. 진짜 안 그럴 거 같은데 자기들끼리만 쉰다. 그러면 알바는 못 쉬고 계속, 계속, 계속 하는 거다.


곧바로 돈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래도 적응은 할 수 있다는 점에 쿠팡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우선 시간적인 부분에서 가성비가 진짜 떨어진다. 심야 9시 시작하는 거 가려면 적어도 5시에는 준비하고 집에서 나와 버스 기다렸다가 타야 한다. 도착하면 8시 20분 정도 되는데, 등록하고 10분 정도 있다가, 크기도 진짜 커서 한 5-10분 걸어가면 시작한다.


중간에 밥 먹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금방 끝나고 다시 일하고 끝나고 돌아오는 길도 1시간에 서울서 아침 지하철 타고 집에 오면 또 1시간이다. 12-13시간 정도 일한 셈이다.


몸도 진짜 알게 모르게 힘들어서 바로 잠이 드는데, 일어나면 또 준비하고 나갈 시간이 된다. 스케줄 보면 4일 연속으로 했던 날이 있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물론 한 센터에서 한 것 아니다. 아마 동일 센터는 3일 연속 근무가 안 될 거다. 마지막 날은 시작하기도 전에 진짜 힘들었는데, 허브 인원 다 찼다고 소분류로 빠져서 운 좋게 몸은 편하게 일했다.


그리고 보면 알바비 들쑥날쑥인 걸 알 수 있는데, 센터마다 하는 이벤트 때문에 그렇다. 센터들도 알바 모집을 해야 하니까, 인센티브를 주는데 아마 첫 근무 후 2주 안에 3번 하면 10만원을 나눠서 줬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에 수당 더하고 빼고 하다 보니 왔다리 갔다리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다시는 쿠팡 알바 가고 싶지 않다.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코를 풀면 검은 콧물 덩어리가 나온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그렇다. 풀어도 풀어도 그 검은 먼지 덩어리가 계속 나온다. 그게 욕조 바닥에 떨어져 물을 타고 빠져 흘러 나가는 걸 보는데, 내 정신도 빠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는 안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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