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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Dec 16. 2021

갈등의 맥락을 변혁시키는 파괴적인 상상력

답은 내면에 있다 


마음이 힘든 요즘이다. 


일터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갈등 요소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해로운 소통, 비효율성, 무능력, 존중과 인정의 부재 등에 대한 역치가 매우 낮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나는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특히 힘든 나의 마음을 구원해 줄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찾아 읽고 있다. 일단은 주로 번역이 된 책들 위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기계발, 성장, 명상, 불교, 뇌과학, 심리학 등을 섞어서 쓴 책들에 마음이 간다. 


자기계발서도 이제 다른 분야의 독창적인 도메인 지식과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사실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을 적절히 사용한 책들은 꽤 많았던 것 같지만 명상과 불교, 그리고 인간의 성장이라는 관점을 자기계발서에 녹인 <The Buddha and the Badass>(미번역)라는 책, 그리고 같은 저자가 쓴 <비범한 정신의 코드를 해킹하다>는 꽤 시간을 들여 읽고 있다. 단순히 경험에 기반해 쓴 것이 아니라 상당한 리서치와 도메인 지식을 자신의 경험에 결합해서 쓴 역작이다. 


이 책들의 저자는 Vishen Lakhiani인데, 그의 작품들은 공교롭게도 내가 이전에 쓴 적이 있는 표현인 '스타트업에 다니는 수도승'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특히 부처와 강철멘탈(badass)의 개념을 합쳐야 한다는 그의 통찰은 매우 흥미롭다. 그 누구의 평가도 신경쓰지 않고 모든 난관을 돌파하며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는 비즈니스맨의 영혼과, 동시에 자비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붓다의 정신을 한 몸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 내가 일터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완전히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파괴적인 상상력이 생겨나게 된다. 


먼저 내가 일터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조금 더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 써보자. 


- 일의 과정과 흐름에 대한 근본적인 기대치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 서로 맥락이 다르겠지만, 그 배경을 이해시키고 이해하는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다. 

- '속도전'과 '창조전'의 서로 다른 과정에 대한 고집의 충돌

- 빠르게 맥락이 변화하는 맥락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보고 배려할 수 있는 감정지능, 공감력, 소통 전략, 상상력, 그리고 실질적인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


정리해놓고 보니 결국 내가 겪고 있는 문제,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지금 회사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인간 성숙'의 문제와 깊이 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일하는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리더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매일 야근하면서도 미션과 비전에 마음이 불타올라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회사가 이 땅에 존재한다면,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성숙한 인간'이 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일터에서 인간의 문제는 감정의 문제다. 일이야 하다보면 느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거나 옮기면 된다. 일하는 사람이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 유해한 소통,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분위기, 부족한 중간관리자 모두가 성숙한 인간의 부재로 부정적인 감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터널시야와 감정의 늪에 빠져 해로운 소통, 업무, 사고, 감정의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변혁시키는 상상력은 어디서 올까? 


매 순간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감각과 '명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훈련해야겠지만, 지금은 인지적인 관점에서 '질문 던지기'의 방법론에 집중해보자. 



질문으로 맥락을 변혁시키기


만약,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회사가 아니라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면 어떨까? 


만약 이곳이 회사가 아니라 학교였다면?  


만약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좌시하는 사람들이 무능하거나 해로운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단지 지혜가 부족한 중생이라면 어떨까? 


만약 일하는 사람간의 관계가 위계관계가 아니라 친구이자 파트너라면 어떨까? 


만약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일개 직원이 아니라 붓다였다면? 돌봄의 수레바퀴를 굴려 일하는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뇌는 부정적 감정을 계속해서 시뮬레이션 돌리게 되어있는 기계다. 내가 힘든 이유는 외부의 자극에 내가 반응해 일으킨 부정적 감정이, 이 기계에 의해 무한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마음 공부가 필요하다. 


- 저 사람은 해로운 의도가 없다. 단지 완전하지 않은 중생일 뿐이다. 


-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일도 나를 괴롭게 할 수 없다. 


- 나는 부족하지 않다. 나는 내 성장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 나는 우울도 비참도 분노도 고집스러운 오만함도 아니다. 나는 용기이며 평화다. 


- 맥락을 뒤집어 새롭게 상상하면, 활로는 항상 있다. 


- 나는 나에게 고통을 안겨준 모든 사람을 용서한다. 


- 타인의 의도와 행동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의 청정한 마음과 선한 의도, 효과적인 행동만이 중요하다. 



나는 용기다


첫 출근하는 사람을 위해 쓴 글의 말미에서, 나는 마음속에 '나는 용기다'라고 입력하라는 조언을 적었다. 사실 내가 이 힘든 여정을 겪으며 가끔씩 마음속으로 떠올리고 되뇌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용기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일터에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용기 

- 해로운 상대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 

- 타인의 그 어떤 비판과 판단도 나를 괴롭히게 두지 않겠다는 용기 (개선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개선할 것은 나의 행동이지 나의 자아가 아니라는 말이다. 상대의 비판에 주눅들어 나도 함께 나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 문제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을 겪고 나는 살아남아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용기 


나는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다

나는 홀로 가는 코뿔소다 

나는 성장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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