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30일, CBS 노컷뉴스에 노키즈존에 대한 기획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순서는 이렇다. ① [웹툰] 어쩌다 '맘충·노키즈존'이 되었나 ② [영상] 부모-업주-손님 3자 토크: 셋이 모인 건 처음이지? ③ '공존'은 가능한가
2.
현재 여러 커뮤니티엔 이 기사 중 ①에 실린 웹툰이 '평범한 식당이 노키즈존이 되는 과정'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올라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제 돈가스집을 열고 손님은 왕이다라는 표어를 걸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맘충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노키즈존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업주
게시글엔 이에 질세라 자신이 겪은 식당에서의 사례를 토로하며 맘충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린다.
사실 기획 기사 도입부인 이 웹툰에는 잘린 앞부분이 있다.
4살과 10개월, 두 아이를 기르는 전투육아를 치르며 집안일에 지쳐 있으면서도 맘충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까 커피 한잔 마시고 외식 한번 하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주부
앞의 사례와 달리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주부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그러나 게시글에는 링크가 없기에 굳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이 부분은 생략된다. 상황이 이러니, 기사 ③에서 말하는 '노키즈존에 담긴 여성 차별'과 '부모-업주-손님의 공존'은 배달사고라도 난 듯 실종되는 게 당연하다. 기사는 현재, 기획의도와 정반대로 소비되고 있다.
3.
인터넷 시대의 뉴스 유통과정에서 지금까지 주로 등장했던 논의는 포털에 의한 통제와 뉴스 생태계 파괴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여기 좀 다른 문제가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 실린 이 기사의 경우, 가장 댓글이 많은 페이지를 기준으로 약 천 개 정도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같은 기사의 편집된 웹툰은 적게는 조회수 천, 많게는 조회수 이만이 넘으며,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의 댓글은 백개를 훌쩍 넘는다.
페이지 뷰수 자체는 여전히 포털이 압도적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뉴스를 접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공간성을 적용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복사되어 여러 공간에 뿌려진다 해도, 사람들은 그중 인터넷 속 특정한 공간에 게시된 콘텐츠만을 접하곤 한다. 물론 이를 넘나드는 이도 있지만, 익숙한 디자인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구성원들이 있는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분절적 공간이 된다.
이렇게 접하는 뉴스는 원본이 아닌 편집된 뉴스, 혹은 뉴스를 가져온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 첨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다. 사실, 원본을 굳이 찾아보려면 못 찾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동이 극단적으로 쉬워진 공간이라 해도 굳이 이동할 필요성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다. 한 곳에서도 온갖 종류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면 말이다.
4.
기존의 뉴스 소비는 개인적 공간인 가정으로 배달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공적 공간에서 교류하는 과정을 거쳤다. 포털 사이트에서의 뉴스 소비는 이 과정을 간소화시켰다.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기사를 접하고 바로 댓글을 달아 공적 공간에서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커뮤니티에서의 뉴스 소비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혼재된 장소에 눌러앉아서 하는 즉각적인 뉴스 소비.
이러한 소비형태의 변화의 결과가 앞의 사례다. 뉴스의 틀이 변형되어 소비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딱딱한 형태로 변환시키면 가짜 뉴스가 된다. '짤'이라는 큰 틀 안에서 마구잡이로 혼재되어있는 정보들은 뉴스와 개인적인 생각을 구분하지 않는다. 게시판엔 맛집 정보와 어딘가에서 퍼온 글, 과거의 어느 일화가 뉴스와 함께 올라온다. 긴 비평글보다는 한 줄 영화평과 별점에 더 많은 정보 비중을 두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제 뉴스의 내용보다 그 위에 있는 게시글의 제목과 아래에 있는 작성자의 주석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5.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티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한, 뉴스의 형태가 온전하게 공유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한 성향이나 연령층 등의 조건들에서 스펙트럼이 좁은 편인 커뮤니티의 특성에 의해, 별도의 알고리즘이 작용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에게는 편향적 정보만을 취득하게 되는 필터 버블이 씌워진다.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은 좁아지고, 제목만 봐도 찬반에 대한 기준이 서며, 따라서 내용은 무시된다.
CBS 노컷뉴스는 이 기사를 쓰면서 [편집자 주]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실었다.
아이와 부모, 업주, 소비자가 서로를 무조건 배척·배제·차별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생·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난 2주간 치열하게 고민해 왔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기사의 일부분을 공유한 어떤 게시글에서도 이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생과 공존, 다른 시각을 보여주려 했던 시도가 편향된 정보만을 전달하는 콘텐츠로 변해버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나 또한 같은 고민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상생·공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