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29살의 갑작스러운 퇴사
23년 전인 2002년 6월, 결혼을 석 달 앞두고 퇴사를 결정했다.
그 직장도 너무 원해서 들어갔던 직장이었던 곳이라 입사했을 때도 너무 기뻤던 곳이었지만 철없던 29살은 비전을 찾지 못하고 갑작스레 사표를 던졌다. 퇴사도 절차가 있어서 잘 마무리를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사표를 던지고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많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도 없었는데 너무 철이 없었다.
본부장과 부장님이 나에게 이틀 동안 전화를 했고 계속 무시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본부장은 왜 그만두느냐고 물었고..
퇴사의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직속상사였던 본부장의 행동이 지난 2년 반의 회사 생활을 힘들게 했었다. 그게 다 사회생활이라면 내가 모자랐다는 부분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본부장 직속의 기획팀이란 곳이 어찌 보면 소위 출세를 하기엔 좋은 자리였지만 부하를 다루는 상사의 모습에서 진실성을 볼 수 없었고 그나마 같이 일하며 의지하던 부서의 상사들, 대리 및 과장, 의 퇴사와 안식년 휴가로 겨우 3년 차가 모든 걸 짊어지기엔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사표를 내고 이틀을 잠적하다가 부장님의 전화를 받고 다시 회사에 돌아가 인사를 했었다. 다들 하나같이 왜 퇴사를 하느냐였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퇴사였기에.
내가 느꼈던 불안감에 대한 얘기를 하기보단 당시 한의대가 유행이었기에 다시 한의대를 가보려 한다는 핑계를 둘러 댔다.
무엇보다 아내가 될 당시의 여자친구는 더 어처구니가 없었을 텐데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한다고 했다. 지금의 아내와 그렇게 23년째 부부로 지내고 있다. 참 고마운 사람.
이 일이 내 인생의 롤러코스터에서 수직하강 하게 됐던 바로 그때였고 그렇게 호주에 2006년에 와서 2009년 간호사가 되기까지 무려 8년을 방황해서 오늘날 간호사 17년 차를 맞이한 호주 수술실 간호사가 되었다.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걸어온 삶 중 호주 이민을 시작으로 수술실에게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이곳에 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