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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구를 빌려 쓰고 있습니다.

빌려온 지구, 다시 돌려줄 시간

by 한자루




지구는 우리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공기를 마시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땅을 딛고 걷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소유인 것처럼 행동하곤 하지요.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지구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온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곧 ‘우리의 것’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조상들이 우리에게 준 것이니, 우리는 그것을 우리 방식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빌려왔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빌려온 것은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언젠가 돌려줘야 하니까요.
그것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빌려온 책을 찢거나, 빌려온 차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빌려온 지구도 제대로 돌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기온과 강수량을 살폈다면, 이제는 ‘미세먼지 농도’를 먼저 확인합니다.

계절은 여전히 바뀌지만,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비는 내릴 때마다 극단적으로 많이 내리고, 기후 변화라는 말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환경을 파괴해 왔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더 편리한 삶을 위해,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지금 당장은 괜찮으니까’라는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우리 손에 쥐어진 이 지구를, 미래 세대가 손에 쥐었을 때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연은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산불이 번지고, 태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편리함을 좇는 동안, 지구는 점점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대가를 함께 마주하고 있습니다.

숨 쉬기 어려운 공기, 마실 수 없는 물,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지구가 보내는 신호를 외면한 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30편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산림 보호와 플라스틱 문제, 그리고 AI와 기술의 가능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환경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정말 우리가 바뀔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렇지만 변화는 언제나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가 먼저 한 걸음 내디디고, 그 한 걸음이 또 다른 누군가의 한 걸음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함께한 이 시간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실천할 용기를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고 믿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주 단순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지구를 남겨줄 것인가?”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할 수도 있고, 한 번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탈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는 작은 습관을 만들 수도 있고, 환경을 지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탤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선택이 모이면, 미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잠시 지구를 빌려 쓰고 있을 뿐이고, 언젠가 후손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지구를 물려받았을 때, 우리에게 묻겠죠.

“당신들은 어떤 세상을 남겨주셨나요?”

그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답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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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