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남는 공포
“실험카메라예요!”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가 터지고, 놀란 사람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그 반응이 좋았는지, 편집된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간다.
제목은 이렇다. “미친 반응 나옴ㅋㅋㅋㅋ”
그런데 말이다.
그 사람이 겪은 공포는 ‘미친 반응’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통째로 무너뜨린 기억일 수 있다.
실험카메라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지는 영상은 이제 단순한 ‘몰카’ 수준을 넘어섰다.
낯선 사람에게 소리 지르기, 갑자기 뒤에서 따라붙기, 주차된 차에 가짜 사고 내기, 전단지를 들고 “당신 범죄자 맞죠?”라며 연기하기.
이건 카메라가 없었다면 경찰에 신고당할 행동이다.
그런데도, 카메라와 “장난이에요”라는 말 하나로 면죄가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는 이유는 놀라는 얼굴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공황 반응, 패닉, 공포, 불신, 당황은 콘텐츠가 되어 조회수를 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두 개의 현실이 겹친다.
누군가에겐 '놀이'였던 일, 누군가에겐 '트라우마'가 된 사건.
“사람의 반응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게 사회 실험입니다.”
“무례한 사람이 많은지 알고 싶었어요.”
이런 말들은 의도는 착했지만 결과가 불행했다는 구조로 자신을 변호한다.
하지만 의도가 착했다면 해도 되는가?
허락 없이 촬영했다면,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유발했다면, 실험 대상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건 사회 실험이 아니라 사회적 폭력이다.
이런 영상은 알고리즘을 탄다.
당황스러울수록, 불편할수록, 감정이 강할수록 더 멀리 퍼진다. 그리고 광고가 붙고, 수익이 생기고, 팬이 생긴다.
플랫폼은 그걸 안다.
하지만 삭제하기보단 묵인하고, 제재하기보단 수익을 나눈다.
그 사이, 피해자는 스스로 영상 링크를 찾아 플랫폼에 지워달라고 메일을 보내야 한다.
그조차 응답받지 못한 채.
진짜 목적은 조롱이다. 웃기 위해 만들었고, 반응을 얻기 위해 찍었고, 공유되기 위해 올렸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한 사람의 안전, 감정, 기억이었다면 그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다.
웃음은 합의 없는 순간에선 폭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