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신발끈이 풀리면 누군가 널...

우연에 감정을 매다는 방식

by 한자루




길을 걷다가 신발끈이 풀릴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허술하게 묶은 탓이겠거니 하고 다시 묶지만, 두 번, 세 번 그렇게 되면 문득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죠.

“신발끈이 자꾸 풀리면, 누가 널 생각하고 있는 거래.”

이 단순한 말. 누구에게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말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간질간질해집니다.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마음과,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 사이 어딘가에서 이 미신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신발끈은 몸을 땅에 단단히 붙잡아 주는 마지막 고리입니다.
끈이 풀리면 우리는 불편하고 불안하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이 단순한 ‘풀림’을 누군가의 생각, 그리움, 관심과 같은 감정과 연결시키고 싶어 합니다.

신발끈이 저절로 풀리는 우연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인생이 너무 쓸쓸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럴 땐 이런 미신 하나쯤, 의지하고 싶어 집니다.
“어딘가에서 누가 나를 떠올리고 있다면, 나도 혼자가 아니겠지.”


물론 신발끈은 생각보다 자주 풀립니다.
걷는 방식, 끈의 재질, 마찰등 과학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있죠.
하지만 미신이란 건 언제나 ‘설명’보다는 ‘해석’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때로 설명보다 감정이 정리되는 해석을 택하고 싶습니다.

신발끈이 풀린다는 물리적 사건에 누군가의 ‘생각’이란 감정을 얹는 이 미신은, 사실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을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길을 걷다 신발끈이 풀리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곤 했습니다.
“누가 내 생각 하나 보다.”

그 말속에는 단지 누군가의 감정뿐 아니라, 나를 세계와 이어주던 끈이 잠시 느슨해졌다는 감각이 숨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자세를 낮추고,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춥니다.
그것은 생각 없이 지나가던 하루 속에서 자신을 다시 조율하는 작은 제안과도 같습니다.

오늘날엔 스마트폰 알림이 끊임없이 울립니다.
사람들은 말 대신 ‘반응’으로 존재를 확인하고, 관계는 말보다 즉각적인 응답의 속도로 평가받곤 하죠.

그런데 신발끈은, 그 모든 속도와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땅을 바라보고, 천천히 숨을 쉬고, 두 손으로 매듭을 다시 지으며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지금 잘 걷고 있었을까?”

그러니 신발끈이 느슨해질 때마다, 그건 누군가의 생각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다시 단단히 묶이고 싶다는 작은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미신은 말합니다.

“누군가 널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끈이 느슨해지는 그 틈 사이로, 서로를 향한 감정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것이죠.

그러니 신발끈이 풀렸다면 잠시 멈춰 서서 묶어보세요.
그리고 아주 작게 생각해 보셔도 좋습니다.


지금 나도, 누군가의 마음속을 지나가고 있을까?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