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아우구스타 쿠쉐라

낯선 이름 그러나 익숙한 사람

by Alcide Mio

1905년 1월 26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수도인 비엔나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두 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아버지마저도 아이를 나이 많은 친척에게 맡기고는 어디론가 떠나가버립니다. 형제, 자매 하나 없이 나이 많은 친척 밑에서 이 아이는 매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였고 무신론자였던 친척을 따라 아이도 그렇게 자라납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사범학교에 다니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신부님을 만나면서 이 아이의 일생은 바뀌게 됩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이 아이는 어느 날 바흐의 미사곡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근처의 성당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바흐의 음악 대신에 그 성당에서 설교하시는 한 신부님의 말씀에 강한 충격을 받아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무신론자로서의 신념을 버리고 독실한 신자가 됩니다. 그리고 사범학교 졸업과 동시에 짤스부르그에 있는 베네딕트회 수녀원에 들어갑니다. 2년 간의 수녀원 생활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신에 의지하고 무신론자로서 살아온 20여 년간을 돌이켜 보며 자기 자신을 새로이 발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나 엄격한 수녀원 생활은 그녀의 건강에 이상을 불러옵니다. 의사는 그녀에게 너무 수녀원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지 말고 햇볕을 받으며 적당한 야외 활동을 하도록 권하지요.


그러던 중, 수녀원 근처에 살던 은퇴한 해군 함장 게오르그 폰 트랩(Georg von Trapp) 대령의 딸 마리아가 병으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딸의 교육을 걱정한 트랩 대령은 알고 지내던 수녀원 원장을 찾아와 가정교사를 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마침 같은 이름을 가진 '마리아'라는 예비 수녀가 건강 문제로 수녀원 밖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고 또 그녀가 사범학교를 나온 것을 안 수녀원장은 그녀를 트랩 대령의 집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마리아 수녀는 트랩 대령의 집으로 와서 대령의 딸 '마리아'를 돌보게 되지요. 원래는 10개월 동안 가정교사를 하기로 계획되었지만 마리아는 결국 수녀원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트랩 대령과 결혼하고 마리아의 엄마가 되었던 것이지요.


자,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제가 누구 이야기를 하는지 얼추 짐작하시겠지요. 1959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1965년에 영화로 다시 만들어져 전 세계인으로부터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의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쿠쉐라 폰 트랩이 오늘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1959년에 만든 이 뮤지컬은 마리아 폰 트랩이 쓴 "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를 원작으로 한 것이지요. 이 책은 1956년에 독일에서 처음 "Die Trapp Familie" 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다시 미국에서 넘어와 뮤지컬과 영화로 소개되었었는데요, 오늘은 이 트랩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해 드렸으니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트랩 대령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실제 트랩 대령은 해군 함장이었습니다. 1880년에 태어난 그는 제1차 세계 대전 동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의 잠수함 함장이었지요. 그러나 1차 대전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영토를 잃고 오스트리아로 줄어들면서 오스트리아는 현재와 같이 바다가 없는 나라가 됩니다. 당연히 해군도 없어지겠지요. 트랩 대령은 은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래의 사진은 1915년에 찍은 폰 트랩 대령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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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대령의 첫 번째 부인이던 아가타 화이트헤드(Agathe Whitehead)는 1866년에 어뢰를 최초로 발명한 영국 엔지니어인 로버트 화이트헤드(Robert Whitehead)의 손녀였습니다. 아내의 할아버지가 발명한 무기로 트랩 대령은 전쟁에 참전했던 셈이지요. 여하튼 간에 두 사람 사이에는 일곱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가족 모두가 음악을 사랑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1922년 집의 안주인인 아가타가 성홍열로 세상을 떠나고 온 가족은 슬픔에 잠깁니다. 어머니와의 기억이 너무도 많이 남은 집을 팔고 가족은 짤스부르그로 이사를 하지요. 그런데 아가타와 같은 병을 앓았던 셋째 딸 마리아가 그 병의 후유증으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트랩 대령은 딸을 위해 가정교사를 찾았습니다. 결국 이런 와중에서 예비 수녀 마리아가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오게 되지요.


타고난 밝은 성격으로 인해 마리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트랩 대령의 아이들 모두와 친해집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트랩 대령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청혼합니다.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에서 생활했던 마리아에게는 이러한 청혼이 충격이었겠지만 그녀는 이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나중에 그녀가 한 말에 따르면 실제 결혼을 할 때까지도 그녀는 트랩 대령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결혼할 남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녀의 마음을 결정하게 한 것은 바로 일곱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과의 만남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이 길이 그녀가 살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군요. 트랩대령과 마리아가 결혼한 것이 1927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도 또 아이들이 태어나서 트랩 가족의 아이들은 총 10명으로 늘어납니다.


트랩 가족의 경제적인 상황은 대공황 시기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살림을 줄여가며 주부로서 애를 쓰던 마리아는 가족들이 늘 즐기는 음악을 이용해 수입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트랩 대령의 첫 아내 아가타가 있을 때도 그러했지만 마리아가 오고 나서도 이 가족들의 저녁 시간은 언제나 음악을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가족 모두가 같이 노래하고 또 한 가지씩 악기를 연주하는 가족 만의 음악회가 늘 열렸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마리아는 이러한 가족의 재능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그것을 이용해 얼마 간의 수입을 얻을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트랩 대령은 지신의 아이들을 사람들 앞 무대에 세워야 하는 마리아의 계획을 탐탁지 않아 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반대는 귀족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이런 계획에 대해 그는 신의 뜻이겠거니 하고 따랐다고 합니다. 가족과 가까운 한 신부님의 도움으로 공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영화에서 나온 대로 1936년 짤스부르그 음악 축제에서 (Salzburg Music Festival)에서 우승하고 성공적인 중창단으로서 유럽을 돌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 그리고 지역의 민속 음악들을 공연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럽 대륙에 짙어가고 있던 전쟁의 분위기는 트랩 대령에게 걱정거리였습니다. 1938년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합병되었는데 트랩 대령은 독일 국기를 집에 게양하라는 지시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 해군으로 다시 복무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틀러의 생일 파티에 트랩 가족이 와서 공연해 달라는 것을 거부한 적도 있었지요. 이래저래 나치 독일과는 친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938년 어느 날 트랩 대령의 가족들은 오스트리아에서의 모든 것을 접고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에 오릅니다. 자신의 출생지가 이탈리아였기 때문에 트랩 대령은 이탈리아 국적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매니저로서 가족의 공연활동을 돌보아주던 신부님과 함께 이탈리아로 온 이들은 곧 미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공연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 가족의 막내는 결국 미국에서 태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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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 후로 트랩 가족은 미국에 정착하게 되는데요. 버몬트 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 스토우(Stowe)에 농장을 구입하여 그곳에 살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공연 활동을 하였고 공연이 없는 시즌에는 자신들이 살던 집에서 음악 캠프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자신들의 명성을 이용해 많은 구호품을 모아 전쟁의 피해를 입은 오스트리아에 보내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게오르그는 194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은 1955년까지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가족 연주단으로서의 활동을 접고 마리아는 세 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뉴 기니아로 가서 30년간 선교사로서 생활을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1987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는 동안 남은 가족들은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각 자의 활동을 했는데요. 가족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처음 미국으로 와서 정학했던 버몬트 주 스토우의 농장을 호텔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눈이 많은 버몬트의 이점을 살려 미국 최고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코스를 이곳에 연 것도 트랩 가족이었구요. 여름이면 트랩 가족의 음악 캠프도 운영했다고 합니다. 지난 1980년경에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타는 사고가 있었지만 2년 후 다시 호텔을 열어 지금은 버몬트 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 호텔은 환경 친화적인 호텔로 미국 내에서도 손꼽힌다고 합니다. 꼭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호텔을 둘러싼 버몬트의 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가을 무렵 이곳을 방문하면 환상적인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미 위에서 보셨겠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와 이 가족의 실제 이야기 사이에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물론 마리아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마리아가 나은 딸 로즈메리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게도 했다고 합니다. 예비 수녀 마리아가 수녀원을 나와 떨리는 마음으로 트랩 대령의 집으로 가며 "I have Confidence"라는 노래를 부르는데요. 그 장면 중에 실제 마리아와 로즈메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래의 스틸 사진을 보시면 아치 문 너머로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을 입고 걸어가는 두 사람이 실제 마리아와 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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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묘사된 친절하고 조용한 마리아와 달리 실제 마리아는 매우 억척스럽고 다혈질이었다고 합니다. 화가 나면 고함을 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불 맞은 황소 같았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이것이 오래가지는 않았고 금방 이전과 같은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가족들은 그런 성격을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지나가는 천둥처럼 생각하고 지냈다고 합니다. 반대로 영화에서 차갑고 엄격한 아버지로 묘사된 트랩대령은 실제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도 6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 속에 노래들을 따라 부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분들은 어떤 노래를 혹은 장면을 제일 좋아하십니까? 저는 아래에 연결된 "So Long, Farewell"을 가장 좋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y9_lfjQopU


마지막으로 실제 인물 마리아와 영화 속에서 그녀를 연기한 쥴리 앤드루스가 같이 나와서 영화 중에 잠시 나왔던 오스트리아의 요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 인물 마리아가 영화 속 마리아에게 요들을 한 수 가르쳐 주는 장면을 연결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6j376yOlm4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웹사이트 그리고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The Trapp Family Lodge: 트랩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의 웹페이지에서는 가족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텔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보실 수 있고요. 혹시 버몬트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고려해 볼 만한 곳입니다.


- Joan Gerin, The Real Story of the von Trapp Family, Prologue, vol. 35, no.2, winter, 2005 : 미국 국립 문서 보관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트랩 가족의 이민 기록을 토대로 가족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글입니다. 마리아와 트랩 가족의 사진들과 함께 가족들의 실제 이민 기록을 모실 수 있고 영화와 실제 트랩 가족의 다른 점들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 Jessica Foch, "14 things you probably didn't know about 'The Sound of Music'", Business Inside.

- Sound of Music from IMDB

- Sound of Music Salzburg, the real story about the von Trapp Family by Salzburg Panorama Tours

- Trapp Family Singers from Singers.com

- Wikipedia, "Trapp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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