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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cide Mio Sep 09. 2024

전자 정보와 도서관의 고민

*이 글은 미국 도서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입니다. 한국의 도서관이 처한 상황과는 다르고 또 전자 자료의 유통이나 저작권 법 등이 다르므로 한국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여러 면에서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당연히 모니터를 통해 이 글을 읽으시겠지만 최근 출판된 책들은 어떻게 읽으십니까?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모두 출판된 경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십니까?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전자책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독자들 중에서는 전자책만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자 오디오 북을 찾는 이들의 숫자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디오 CD처럼 오디오 북을 구입하는 이들도 있지만 Audible이나 Overdrive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서 오디오 북을 다운로드하여 듣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요. 저 역시 그렇게 책을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들을 수 있으니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읽을 때 보다 책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자책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팬데믹을 지나면서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도서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으면서 이용자들은 전자책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을 이용하다 보니 전자책을 이용하는 경험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전자책 만이 가지는 장점을 느끼게 되면서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그런데 전자책이나 전자 오디오 북 같은 새로운 디지털 매체들은 전통적인 도서관의 장서 구입과 서비스에 여러 가지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전자책(전자자료)"에 대해 일반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희망 사항과 실제 도서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보니 이 부분을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려 다 보면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도서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싶다 가도, “전자책인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종이책처럼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빌려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서버에 있는 전자책인데 왜 현재 이용자가 반납할 때까지 기다리려 하는지 의문이 생기지요. 


종종 대학교에서 전자책을 수업 자료로 이용하시려는 교수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수업을 듣는 50명의 학생들이 모두 동시에 책을 읽게 하고 싶다면서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구입할 것을 요청하시는데 그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그럴 때면 전자책의 유통 과정과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보면 교수님들께서도 자기가 몰랐던 전자책의 이면을 발견하시기도 하지요.


도서관에서는 전자책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입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의 경우 “구입"이라는 단어가 정확할 런 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구입해서 그 책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대출할 수 있는  종이책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전자책은 그 책에 접근할 수 있는(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 전자책 파일을 구입해서 도서관의 서버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나 전자책 플랫폼 회사의 서버에 있는 파일에 대한 접근권 만을 구입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일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전자책들이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했을 때 도서관에 전자책을 판매하지 않는 출판사들이 생기면서 출판사들과 도서관 사이에서는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오랜 논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동시 접근 가능 수(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수), 최대 대출 가능 수, 최대 대출 가능 기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한 다양한 방식으로 도서관에서 전자책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아래에 도서관의 일반적인 전자책 구입 방식들을 몇 가지 소개해 봅니다. 


1. 한 번 구입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 횟수를 정해 둔 전자책들이 있습니다. 지정된 횟수만큼 대출을 하고 나면 도서관에서는 다시 그 전자책을 구입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도 한 번에 한 사람 씩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고 한 번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읽을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최대 대출 숫자를 채우면 도서관에서는 다시 구입을 해야 합니다. 


2.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 기간(6개월 혹은 1년)을 제한하고 판매하는 전자책이 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서도 책을 소장하고 싶은 도서관은 다시 그 책을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제한하는데 만일 무제한으로 할 경우에는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학교의 교재로 사용하는 전자책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교재를 학기마다 사용하는 경우 도서관에서는 매 학기마다 책 구입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그리고 일부 교재 전문 출판사의 경우는 전자책을 개인에게 판매하지만 도서관에는 아예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사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이 보통 도서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책 중에는 4개월 동안 읽을 수 있는 교재 한 권에 대해 원화로 환산하면 40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3. 출판사나 전자책 제공 플랫폼에 있는 모든 전자책을 도서관의 목록을 통해 제공한 후 이용자들이 접속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거나 미리 설정한 접근 횟수와 이용 시간 이상의 접근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도서관에서 구입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도서관에서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출판사나 전자책 플랫폼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든 책을 마치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처럼 도서관 목록에 포함을 시킵니다. 그러고 나서 이용자들이 어떤 책을 클릭하고 10분 혹은 30분 이상 그 책에 머무르거나 미리 설정된 숫자만큼의 페이지를 넘기면 읽은 것으로 간주하고 도서관에서는 그 책의 구입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지요. 얼핏 생각하기에는 필요한 책 만 이용이 되니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 싶지만 실제 벌어지는 일들은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전자책의 가격은 종이책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종이책은 어느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도서관이 대량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전자책은 몇 권을 구입하던 종이책 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도서관으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지요. 


전자책이 가진 장점도 있습니다. 도서관의 개방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이용자들이 책을 빌릴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플랫폼에 따라서는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자책 앱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도서관으로서는 빠른 시간 안에 책을 구입하고 이용자들이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 등이 있지요.


종이책을 구입해서 도서 목록에 입력하고 필요한 레이블을 붙인 후에 서가에 배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전자책은 주문 후 이용자가 읽을 수 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아울러 수 천 권의 장서를 한 번의 클릭으로 도서관에서 구입할 수도 있지요. 하루 사이에 수 만권의 장서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하루 사이에 그 수 만권의 장서가 사라지기도 하지요. 

전자책의 경우가 위와 같다면 그 외에 최근에 등장한 다른 종류의 전자 자료들은 어떨까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영화나 음악 등이 그런 자료들인데요. 아직도 도서관에서는 DVD 나 CD를 구입해서 이용자들에게 대출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나 음악이 물리적인 매체 없이 온라인 스트리밍 만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 종 스트리밍 매체들은 기본적으로 도서관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실제 도서관 현장에서 스트리밍 업체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업체들을 접촉했을 때 저희들이 들은 대답은 스트리밍 업체가 저작권자들로부터 부여받은 배포 권한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만 스트리밍을 하는 권한뿐이라 도서관이라는 기관의 가입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트리밍을 하는 업체에서 제작하고 그들이 저작권을 가진 작품들도 생기고 있는데 여전히 도서관으로서는 그것들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굳이 도서관에서 그런 스트리밍 동영상까지 제공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임무는 인간이 생산하는 모든 종류의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또 그것을 미래의 세대가 이용할 수 있게 보존하는 일입니다.


지난 세기까지 대부분의 정보가 책이라는 형태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도서관과 책을 연결하시지만 이제 정보가 생산되는 매체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매체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영화나 음악을 종이책과 같이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정보 중의 하나라고 볼 때 가입비를 내고 그것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도서관의 존재가 중요하고 도서관에서는 그런 종류의 정보까지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구입 과정과 이용 조건에 대한 걱정거리뿐만 아니라 전자 자료로 인해서 생긴 다른 걱정거리들도 있습니다. 도서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이 그중 하나인데요. 도서관에서는 어떤 이용자가 어떤 책을 이용했는가 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로 간주하고 절대적으로 제삼자에게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9/11 이후 미국의 애국법과 이 문제가 충돌해 큰 이슈가 된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전자책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대부분이 도서관이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업체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도서관 이용자가 읽는 책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철저하게 비밀로 관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의 전자책 플랫폼은 Overdrive 사의 Libby 앱인데, 오버드라이버에서는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리비 앱을 통해 받은 책은 아마존 킨들에서도 이용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그 점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이 앱을 이용합니다. 이 경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리비를 거쳐 아마존 킨들을 통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마존에서도 이 사람이 읽는 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게 된다는 문제가 있지요. 물론 그게 뭐 큰 문젯거리가 되느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것은 큰 문제이지요. 내가 무슨 책을 어떻게, 언제 읽는지를 통해 내가 가진 관심사를 비롯해 내 생활의 여러 측면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질 수 있고 그들은 우리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 정보를 이용할 것입니다.   


프라이버시 외에도 생각할 부분은 정보의 보존이라는 문제입니다. 전자책이나 전자 자료들이 수록된 매체가 언제까지 지금처럼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보존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50년 전에 구입한 책은 관리만 잘하면 여전히 이용자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적의 보존 상태에서 보관한 다면 500년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요. 전자책에서 대해서 같은 예상을 할 수 있을까요?


전자책 플랫폼을 제공하는 출판사나 기타 업체에서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오랫동안 보존해 주기를 바랍니다만 과연 얼마나 그것이 가능할까요? 종이책이라면 출판사가 폐업을 했더라도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 출판사나 플랫폼 업체가 사업을 종료할 경우 도서관에서 구입한 책은 한순간에 사라질 것입니다. 과연 그 업체들을 대신해서 그 전자책을 관리해 줄 이들이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전자책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어떻습니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들을 보존하여 미래의 세대가 읽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100년 후에 21세기의 한국 문화를 연구하게 될 역사가가 웹툰을 하나의 문화로서 보고 사료를 찾을 때 과연 그 사료가 100년 후에도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할까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전자책을 출판하시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10년 후 그분들이 펴낸 전자책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10년 후 누군가가 논문을 읽다가 인용된 참고 문헌을 통해  10년 전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누군가가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한 전자책을 출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을 읽어보려 할 때 그 책을 여전히 지금처럼 읽을 수 있을까요? 만일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책을 인용한 논문의 진실성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온라인으로 출판된 전자 저널의 보존에 관한 문제는 이제 자주 듣는 잇슈가 되었습니다. 전자 저널을 펴내던 학회가 해산되면서 그동안 펴 내왔던 저널이 온라인에서 사라지게 되었는데 다행히 이런 문제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온라인 저널 보존 프로젝트에서 그 저널의 논문들을 보존하고 있어서 다시 도서관에서 접근이 가능한 상태로 제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위에서 보고 있는 전자책, 특히 전자책의 형태로만 출판되는 책들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서 존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디지털 암흑시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지요.


전자책으로 인한 장점만큼이나 이 같은 걱정거리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정보에 대한 평등한 접근,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자료의 보존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도서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같이 정보를 만들어내는 분들께서는 정보의 입수와 접근, 그리고 보존이라는 공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도서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분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담당하고 있는 도서관이 그 임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아래에는 전자책에 관한 미국도서관협회의 입장을 정리한 페이지와 함께 최근의 디지털 정보와 도서관에 관한 상황을 살펴보실 수 있게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펴낸 Digital Public Library Ecosystem 2023 Report를 링크합니다. 


https://www.ala.org/advocacy/e-books


https://www.ala.org/sites/default/files/advocacy/content/ebooks/Digital-PL-Ecosystem-Report%20%281%2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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