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외교 전략 톺아보기
이재명의 '실용 외교' ①
차기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는 2022년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탈피하는 '극복의 시발점'이다. 그동안 각국은 전 세계를 덮친 역병에 서둘러 국경을 걸어 잠갔다.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했고 국가 간 협력과 자유로운 무역은 하염없이 다리를 절었다. 내년은 이러한 폐쇄적인 국제관계를 끝내고 위드 코로나-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외교 지평을 구축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지도자는 전통적인 가치가 뒤집히고 시시각각 신기술이 등장하는 '뉴 노멀 시대'에 알맞게끔 외교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의 외교 전략을 톺아보며 새로운 지도자가 안내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외교 전략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바로 '실용'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외교 영역에 있어 국익에 걸맞은, 국민에 도움이 되는 균형적 자세를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달 10일 관훈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중간 지점에 있는 우리나라는 "주변국에 휘둘려 갈가리 찢기거나, 양대 세력을 활용해 균형을 잡고 기회를 늘려가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한쪽에 휘둘리거나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버림받고 배제받지 않길 바란다"라며 "저는 자신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실용주의적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미국이냐, 중국이냐... 미중 갈등 속 대한민국의 갈림길
날로 심각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피로 맺어진 혈맹이자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지도국인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 한국 경제의 젖줄이자 전 세계 패권의 신흥강자인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이재명은 말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성에 대해 "(대한민국은) 미국의 지원으로 자유민주진영의 일부로서 오늘날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라며 "앞으로도 역시 한미관계에 기본을 둘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과거 "미군은 점령군" 발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는데, 그럼에도 이후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칭하였고 객관적 실체도 점령군이 맞는다"라는 등 재차 주장을 반복했다. 이를 두고 한미동맹의 근간인 주한미군 주둔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이 후보의 안보관과 대미관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이 후보는 주한미군에 대해 "우리 정부와 합의하여 주둔하고 있고 한국의 방위력 향상이나 동아시아의 안정에 매우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라고 재평가하였다. 다만 한미동맹의 최대 현안인 '전시작전권'에 대해서는 자주독립국의 군사주권이라며 신속한 환수를 다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떨까? 이재명 후보는 대중 관계에 대해 "우리는 중국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의존적이다. 중국을 버리면 매우 위험에 처한다"라고 말하며 "중국과의 관계는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촉발된 '사드 갈등'에 대하여는 문재인 정부-민주당의 전통적 시각과 사뭇 결이 다른 진단을 내렸다. 이 후보는 "(사드는) 이미 실전 배치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반대하고 철수를 원한다고 해서 철수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사드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한 그가 최근 들어 돌연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사드의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고 추가로 배치하는 게 맞는다면, (기존 장비는 수용하되)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묘한 여지를 남겼다.
■ 한 손에 중국, 한 손에 미국... '전략적 모호성' 통할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좀처럼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의도된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후보의 "미국과의 안보 동맹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한미동맹 또한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계 교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 역시 경시하기 어렵다"와 같은 발언에서 그의 자세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오락가락한다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미중 사이를 줄타기하는 것은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싸움에 끼어 '새우등'만 터질 우려가 있다. 이 후보 캠프 핵심 외교 참모는 비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미중 간 균형이란 미국 반 중국 반과 같은 '양적 균형'이 아니다. 미국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 또한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또한 그것이야 말로 국익에 맞는 '실용 외교'라 자평하며, "유동적 상황에 즉시 적응하고 국익에 부합하게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실용 외교'란, 일방에 의해 어느 한 가지 선택을 강요당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유연하게 대처하고, 국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후보가 그리는 외교 청사진이 과연 국민들의 마음에 얼마나 울림을 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