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청년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공정, 양극화, 양성평등 그리고 세대차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청년'이다. 지난해 4월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 세대 남성의 표심이 당락을 가른 이후 정치권은 너 나 할 것 없이 '청년 표심'을 공략하고 나섰다. 청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정책에 '청년' 타이틀을 내걸고, 때로는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기도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청년의 마음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의 최대 관심사는 '공정'으로 보인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비로소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중학생 고등학생이던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광장에 몰려나와 '공정한 대한민국'을 외치며 촛불을 치켜들었다. 국민의 요구에 간악하고 무도한 박근혜 정권이 굴복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새 정부가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 2030 세대는 '정치적 효능감'을 톡톡히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시대적 사명을 띄운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불공정' 이슈에 시달려야 했다. 집권 초기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태를 보며 2030 세대는 '노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사태는 이들에게 더 이상 이 세상에는 '공정함'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처절한 인식을 안겨줬다.
대통령 선거의 '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20대 청년은 지금의 세태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S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에 있는 Y 군(25)과 H대학교에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K 양(23)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두 사람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
◎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인식을 들려달라
Y "이번 대선은 비호감 후보들이 두드러지는 대선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각 후보자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판세를 보건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후퇴에 직면했다는 인상이다"
K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다만, 지배적인 양당의 후보들을 보았을 때 전통적으로 당에서 내세우던 후보들이 아니었으며, 이는 어느 한 인물에 고착화되지 않고 여러 다양한 후보군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 선거가 스스로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갖나?
K "이번 대통령 선거는 내 삶의 미래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거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제시되었던 부동산 정책과 '인국공 사태' 그리고 '조국 사태' 등은 실제로 20대인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Y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평등 공정 정의'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사실 5년간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쳐왔으나, 현재 우리나라 20대의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 또한 스물몇 차례 반복해서 제시했지만 집값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탄핵' 당시 국민이 외쳤던 공정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했는지 물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K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대한 관념이 부족했다. 일례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달성하기 위하여 앞 뒤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1시간 일하면 갈비탕 한 그릇 정도는 먹게 해야 된다는 정책 덕분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미숙련 노동자가 많은 청년들이 갈 곳을 잃었다. 또 하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다. 본인들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온갖 정책을 남발하며 국가부채를 쌓아 올렸는데, 결국 이 모든 짐을 지어야 하는 것은 우리 청년이다"
◎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Y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다. 현재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모아본들 목돈이 생기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소득 양극화와 자산 양극화에 내몰린 상황인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타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정부는 청년 정책이랍시고 저금리로 돈을 신나게 뿌려대고 있는데,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들은 이를 받아서 주식이나 코인에 투기하고 있다. 이는 굉장히 암울한 우리나라 청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K "나 역시도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라는 이름 아래 저질의 일자리를 남발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것인데, 이는 기업에 대한 자유가 보장될 때 가능하다.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양성평등, 남녀 갈등, 페미니즘 등 이슈가 뜨거운데?
K "나도 대한민국의 20대 여성이지만, 궁극적으로 '여성만을 위한 정책'은 결국 여성에게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여성가족부의 존재나 여성 우대정책의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여성은 약자다'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여성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인식하기에 따라 소외감은 다를 수 있으나, 70년대 80년대에 살던 여성들이 느꼈던 '사회의 벽'과 지금의 내가 마주하는 벽의 두께는 다르다. 여성 스스로가 '우리는 약자니까 계속해서 권리를 요구해야만 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이는 오히려 진정한 의미에서의 페미니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Y "20대 남성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바로 페미니즘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등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 정책들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현시대 상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조건적인 여성가족부의 해체나 폐지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나, 2030 세대 남성이 느끼는 불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보다 포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요즘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Y "청년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현상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정치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세상을 빗대어 본다면 이는 비단 청년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 모두가 그러할 것으로 생각된다"
K "청년들은 지금 당장 내 삶의 미래가 결정되는 시기를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에 비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자신의 삶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정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낮은 것 같다. 한편으로 우리 청년들은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열정을 불태웠는데, 그 이후 들어선 정부 역시 부패하고 불공정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결국 '역시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라는 정치적 혐오감을 갖게 만들었다"
◎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요즘이다.
K "부모님 세대는 '우리'와 '공동체'를 강조한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 세대들은 '나', '나의 삶'이 더 중요하다. 우리 세대는 '공동의 적'이 없다. 한국전쟁과 반공, 반독재, 민주화와 같이 어느 한 세대를 똘똘 뭉치게 할 이슈가 없다는 뜻이다. 세대 간에 결집할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리'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본다. 따라서 선거철만 되면 청년세대가 보수화 됐네, 진보화 됐네 하며 평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청년은 보수나 진보의 이념이 아니라 '나의 삶에 필요한 정책'을 지지할 뿐이다"
Y "동감이다. 아버지 세대는 가족과 민족, 공동체를 중요하시는 반면,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보전하고 앞날을 잘 이뤄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앞선다. 공동체가 있기에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있기에 공동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