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尹 '충청 대망론' 가능할까
"충청의 아들" 윤석열... 집토끼 민심은?
"공주는 사실 역사적으로 TK보다 더 보수 성향이 강하다". 지난 16일, 충청남도 공주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지역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공주 부여 청양은 하나의 지역구로 묶여있는데, 부여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고향이며 청양 또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윤상현 국회의원 등 보수진영의 정치인을 다수 배출한 지역이다. 또한 인접한 논산시 출신의 이인제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충청 중심의 '자유선진당'이 득세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충청의 아들" 윤석열... '소신과 당당함' 평가
KTX 공주역에 내리니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었다. 한파의 찬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함박눈을 피해 서둘러 택시에 올라 공주 시내 '산성시장'을 향했다. 눈발이 날리는 공주의 외곽도로를 달리며 20여 분간 택시기사 A 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눈 덮인 KTX 공주역 광장」A 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다. 윤 후보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교수가 공주 출신인 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A 씨는 윤 후보에 대하여 "굴하지 않고 소신을 얘기하는 모습에 믿음을 많이 느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요인 중 하나로 대북정책을 들었는데, 2020년 6월 16일 발생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예시로 들며 "줄 거 다 주면서 할 말도 못 하는 굴욕외교였다. 보는 내가 다 창피했다"라고 비판했다. A 씨는 현 정부와 다른 윤석열 후보의 대북 강경 태도에 지지의 뜻을 보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산성'의 아랫자락에 위치한 산성시장은 600여 개 점포가 늘어선 공주 구도심의 전통시장이다. 시장에는 벌써 각 당의 선거운동원이 이곳저곳에 자리하여 '소중한 한 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장에서 오랜 기간 생선가게를 해온 60대 여성 B 씨는 "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시장 민심을 전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에는 오가는 사람이 부쩍 줄어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 팔고 들어가는 날이 허다하다"라는 B 씨. 그는 주요 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제시하고 있는 '손실보상대책'에 대하여 "그동안 정치인들의 말에 속고 또 속아왔다"라고 꼬집었다. 차기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를 묻자 B 씨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의식한 듯 "말솜씨가 좋으면 더 좋다"라며 껄껄껄 웃었다.
「공주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원」산성시장은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시장 골목 안쪽에 자리한 방앗간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던 Y 씨는 올해 80세가 됐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미용실의 문을 연다. 그는 아직 가위질에 문제가 없다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여 보였다.
공무원 아들을 둔 Y 씨는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허튼짓을 하나도 안 했는지 항상 당당한 모습에 '사람 참 괜찮다'고 느낀다"라며 윤석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우 최근 떠들썩한 김혜경 씨의 '불법 의전' 논란 등에 실망하였다며 "걸린 게 이 정도면 그동안 얼마나 더 썼을지 상상이 간다"라고 힐난했다. 공무원 아들에게 '10원 한 장 먹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라' 신신당부했던 80세 노모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불신과 실망으로 똘똘 뭉친 청년 민심
공주버스터미널에서 만난 27세 D 씨는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그의 인식은 앞서 성남 판교에서 만난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를 묻자 "지금껏 보아왔던 대통령들이 모두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차피 지키지 않을 약속들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성남과 공주, 100km 넘게 떨어진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청년은 같은 문제의식을 안고 있었다. D 씨는 다음 정부의 해결 과제에 대하여,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집값 폭등으로 인간에게 필수적인 의식주가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주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공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 또한 없지 않았다. 신관동을 가로지르는 큰 길가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E 씨는 "양쪽 모두에게 실망했지만 그나마 이재명보다는 윤석열이 낫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든 이명박 대통령이든 '믿음이 간다, 잘할 것 같다'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런 E 씨가 윤석열 후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정권교체'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여온 '오락가락 방역'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 죽기보다 굶어서 죽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 민주당의 이재명을 뽑을 수는 없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든든한 '집토끼'... 민주당은 "진심 다해 끝까지"
윤석열 후보의 연고지이자 '충청 대망론'의 진원지인 공주는 더불어민주당에 있어 험지 중의 험지다. 이날 오후 만난 민주당의 지역 간부 L 씨는 "솔직히 상황이 어렵다"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은 예전부터 보수 성향에 익숙하다"라며 "민주당 명함을 내밀면 쓱 보고 내다 버린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역 곳곳을 찾아 이재명 후보의 강점을 설명하고자 하더라도 말 자체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윤석열은) 국정 경험도 없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후보임에도 지지율이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L 씨는 "이번 선거는 전국에서 아주 근사치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 지역은 특히나 어려운 지역이지만, 남은 시간 동안 진심을 다해서 끝까지 진정성 있게 한 표 한 표 모아 나가겠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산성시장 도로에 정차 중인 윤석열 후보 유세 차량」반면, 국민의힘 진영은 한껏 고양된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역 관계자 J 씨는 윤석열 후보가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하고 있어 "지역적 애착이 작용하였는지 윤 후보에 대한 공주시민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느낀 민심은 정권교체를 향하고 있었다며 "집권한 지 5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정권교체론'에 힘이 실리는 것을 보면 분명 문 대통령이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공주지역은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고 노년층이 많은 탓에 코로나19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며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이 코로나 상황을 잘 관리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의문을 품고 있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정치 신인의 불안감'에 대하여 묻자 J 씨는 자세를 고쳐 앉고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없다"라며 "대신 가치에 근거하여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때로는 책임지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철학과 신념을 갖고 심판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성큼 다가온 선거에 대비하는 실무자의 든든한 목소리였다.
J 씨는 마지막으로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얼마만큼 지역에서 뛰어주느냐에 사활이 달렸다"라며 "우리는 당연히 윤 후보가 상승세에 올라탔다고 판단한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거 때마다 선택이 달라진다며 이른바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충정지역이지만, 지역에서 마주한 실제 민심은 (적어도 공주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충청의 민심은 그때그때 오락가락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보수의 정신이 뿌리 깊은 만큼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보수진영에 따끔한 회초리를 때리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다. 대통령 선거까지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 과연 3월 9일 운명의 그날에 민심은 또다시 회초리를 들까 아니면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에 연고를 발라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