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이재명을 바라보는 시선들

'제2의 고향' 성남, 그들은 무엇을 보는가

by 김코알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2월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제2의 고향'인 경기도 성남시를 찾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으로, 그리고 도지사를 거쳐 여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이재명 후보의 고난과 역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성남시, 그곳의 민심은 어땠을까.


■믿음직한 행정가? 쇼맨십 거짓말쟁이?... 엇갈리는 평가


이른 아침 방문한 '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구역'은 조용했다. 여전히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간간히 지나가는 건설용 차량과 인부만이 눈에 띌 뿐, 매일 같이 TV를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논란의 중심지'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아직 입주가 전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주변이 조용하다". 아파트 단지 한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H 씨는 카페를 개업한 후에야 '대장동 논란'을 알게 되었다. H 씨는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대장동이 떠들썩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면서도 "(장사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H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짊어지게 된 피해를 언급하며,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하여 "(정부의 방역조치 등) 자영업자와 관련된 부분을 고려할 것"이라 말했다. H 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이 부르짖는 고통의 목소리가 닿아서일까, 현재 대통령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재정지원을 비롯한 자영업자 맞춤형 공약을 내걸고 있다.

「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구역, 신축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카페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 단지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성남시 서판교에 거주하는 50대 공인중개사 A 씨는 과거 두 차례의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A 씨는 그동안 이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하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잘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무엇보다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이 후보가 제1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시장 시절의 행정력과 추진력, 어려운 사람을 굽어 살펴온 인간미를 두고 "겉으로 보이는 잔머리이며, 보여주기 식 쇼맨십에 불과했다"라고 혹평했다. 이 후보가 시장 시절 약속했던 '호화청사' 매각이나 임대 아파트 관련 공약을 지키지 않았으며, 시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지급, 교복비 지원 등 이른바 '무상 시리즈'는 "자기 돈도 아니면서 세금으로 인심 쓰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 이재명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던 지역 주민의 지적이 뼈 아프다. 그는 최근 불거진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불법 의전' 논란과 관련하여서도 "남의 작은 실수도 약점으로 쥐고 흔들면서, 자기가 몇 푼씩 쓰는 건 괜찮다는 태도가 정말 싫다"라며 손사래 쳤다.


그러나 이러한 이재명 후보의 행보를 정반대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람도 있었다. 50년 가까이 성남시에서 거주했다는 택시기사 B 씨는 "이 후보는 어린 시절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참 잘했고 복지 정책도 잘 추진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 후보가 시장과 도지사를 거치며 쌓아온 행정 경험과 시원한 추진력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윤석열보다 낫다"라며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인식이었다. 김혜경 씨 논란에도 "야당이 작은 일에도 흠집을 내는 것"이라며 "솔직히 회사 다니는 사람 중에 집에서 법인카드 안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두둔했다. 오랜 기간 성남에 거주하며 이재명 후보의 시장 시절을 피부로 느낀 만큼 "어려운 사람을 잘 도와주고 서민을 위해 많이 애쓴"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했다.


■성남의 '성난' 청년 민심 "정치 자체가 싫다"


한편으로 연일 뉴스를 타고 흘러나오는 양측의 '네거티브' 공세는 정치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을 낳았다. 판교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C 씨는 "양쪽 후보끼리 서로 공격하기 바쁘니 안 좋은 뉴스만 나오고 아예 정치가 싫어졌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찬가지로 판교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S 씨도 "TV에 비치는 모습을 보다 보니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판교 소재 사업체에 근무하는 여성 L 씨는 "뽑을 사람이 없다. 이재명이고 윤석열이고 둘 다 '양아치' 같다"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경우 L 씨가 성남시 소재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모라토리엄은 가짜라는 대자보가 있었고 '일하는 척만 하고 비리가 많은 깡패'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라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날 취재하며 만난 성남시민을 통틀어 가장 직설적인 의견이었다.

이들 성남 청년의 공통된 관심사는 부동산, 경제, 취업, 근로환경개선 등 '먹고사는 문제'였다. 이들에게 있어 정치권에서 매일 같이 확대 재생산하는 소모적 논쟁은 다른 세상 이야기에 불과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것 자체가 사치인 '절망의 시대'. 무관심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는 배지와 권좌에 연연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어버린 게 아닐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 변함없는 '고향의 맛'


1976년 2월 싸라기눈 내리는 어느 새벽,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재명은 진창이 되어버린 언덕을 걸어올라 세 들어 살 집에 겨우 도착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버지는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상대원시장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했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시장 공중화장실 이용료를 10원, 20원 받는 일을 했다. 이 후보는 바로 이곳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 열심히 일하면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 다짐했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 1970년대에 번성하였으나 1990년대에 들어 쇠퇴하기 시작했다」

상대원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D 씨는 이재명 후보를 높이 평가한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상대원시장을 자주 방문하여 상인들과 소통하였다며 "자주 보았던 만큼 친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장 당시 일을 아주 잘했고, 인상도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골목 안쪽에 자리한 식당의 주인 E 씨 또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줄곧 지지해온 오랜 팬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수성가한 이 후보의 모습에 정이 많이 간다고 말한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아온 E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필자가 "이재명 후보가 '서민을 위한 정치'를 주장한다"라 말하자 그는 커피를 홀짝이며 "서민을 볼모로 잡는 모습이 아주 얄밉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랜 기간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만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고향의 맛이었다. 이러한 무조건적 사랑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그렇게도 냉철하던 이재명 후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이 아닐까.


성남시민의 민심에서 바라본 이재명 후보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었다. 행정력과 추진력으로 자신을 증명해낸 정치인, 거짓말과 선심성 선동으로 권력을 쥔 깡패 양아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맨손으로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선 입지전적 인물... 어떤 이재명이 진짜 이재명이든 선택의 순간은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온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과연 이재명 후보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12년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쌓아올린 업보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인가.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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