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자유·민주·공조' ②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한일관계가 망가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11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하여 "대일관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냐 싶을 정도로 외교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이 같이 혹평했다. 그는 한일관계 악화가 "대일관계를 너무 국내 정치에 끌어들인 것"에 기인한다며, "특정 국가와의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외교가) 적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마찬가지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협력 발전해 나간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수용할 만한 정도의 (일본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과거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활용할 생각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그동안 강제동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현안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하여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그의 외교 정책을 최근거리에서 지원하는 핵심 관계자는 "(대위변제, 기금, 재단 구성 등) 많은 대안들 중에 상당히 효과적인 방안이 숨어있을 수 있다"라며 "굉장히 깊이 있는 양측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 현안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 사이의 신뢰 회복이 숙제"라며 한일 양국의 '최고 정책 결정 파트에 있는 분들'이 자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유명무실하게나마 존재했던 '셔틀외교'의 복원을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일본과의 미래에 대하여 "이익을 공유하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50년을 그리겠다"라며 "과거사 문제와 경제협력, 안보협력 의제를 망라한 포괄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나아가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협력 또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 한미일 삼각관계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이재명 후보와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이미 일본은 대한민국의 대북, 대미, 외교 안보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제 공조 파트너가 되었다. GSOMIA(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를 비롯한 감시정찰 협력은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동향 포착에 필수적이며, 한국, 미국, 일본 삼국 간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는 튼튼한 안보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한미일 삼국 간의 군사 안보 협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발언하였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요격시스템, 미사일 방어체계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위 감시정찰자산인데, 우리가 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하여 한미일의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다"
"한미일 간의 동맹까지 갈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접지 않고 핵 무장을 강화하고,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는 한 한미일의 감시정찰자산 공유와 정보공유... 군사협력관계가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처럼 윤석열 후보는 한미동맹에 일본을 포함하는 이른바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하여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비록 동맹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유예적인 입장을 표명하고는 있지만, "당연히 반대한다"라고 딱 잘라 부정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는 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에 따라 앞으로 한동안 세계적 '편 가르기'가 판을 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편에 설 것이냐, 중국의 편에 설 것이냐 하는 문제는 지구 상 모든 국가들의 골머리를 썩게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또한 세를 불리기 위하여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바로 일본이다. 미국에 있어 일본이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거점이며,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극동의 최전선 참호다. 일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은 대단히 영리하게도 미일관계에 모든 외교 역량을 쏟아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죽창가'는 수명이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바람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다 하더라도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 의한 친일파 몰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 후보에게는 '친일파 토착 왜구' 프레임에 굴복하지 않고, 뚝심 있게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협력에 진력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부디 머지 않은 미래에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일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