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외교 전략 톺아보기

윤석열의 '자유·민주·공조' ①

by 김코알라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냉전시대가 막을 내렸다. 자유주의와 공산주의가 벌여온 첨예한 정치적 대립과 군사적 경쟁은 결국 자유주의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자세히 견주어 볼 것도 없는 압도적인 게임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신냉전'의 초입에 발을 딛고 서있다. 세계의 경찰이자 자유진영의 우두머리인 미국과 중화제국의 부활과 세계적 패권을 되찾고자 하는 중국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기존의 '미국 중심의 질서'가 뒤틀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중 '신냉전'으로 세계는 이익과 이념에 따라 두 편으로 갈라섰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놓고 자유주의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이 대치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11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기자회견에서 목하의 국제정세를 이 같이 진단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동참하며 아태지역에 평화 번영의 주춧돌을 놓겠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의 팽창에 맞서 '피의 동맹'에 기반한 미국과의 관계에 힘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제평화와 공동번영의 추동이라는 의식 아래 "(미국과) 신기술, 우주, 사이버, 원자력 분야를 망라한 첨단지식산업의 협력을 꾀하겠다"라며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이 같은 윤 후보의 외교 전략은, '실용 외교' 노선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를 줄타기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히 대조된다.


윤석열 후보는 외교 정책의 원칙에 대하여 "국제사회에 축적된 국제규범과 법규, 법치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외교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의 외교 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근간한 강력한 국제공조'로 요약할 수 있다.


윤 후보는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 동맹에 기초한 확장억제력을 확충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겠다"라고 밝혔으며, 나아가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와 전략 공조를 바탕으로 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공고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강력한 안보 태세 유지를 위하여, 미국·일본·인도·호주가 함께하는 쿼드(QUAD)의 워킹그룹에 "계속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미국의 감청·정보자산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와의 협조체계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민주, 인권, 법치 등 가치를 존중하는 세력과의 튼튼한 공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로 이재명 후보가 단칼에 거부의 뜻을 밝힌 '한미일 안보동맹'에 대하여, 윤석열 후보는 "한·미·일 간의 감시정찰자산의 공유와 군사적 협력 관계가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일 정보·군사협력을 '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이끄는 대한민국은 미중 대립 속에서 완전한 미국 편에 설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현실적인 여건을 보건대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시절부터 윤석열 후보를 도와 외교 안보 정책을 조언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전면적인 중국 봉쇄라든지 이른바 '디커플링'은 미국의 기대에 상당 부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무역 비중이 미국보다 큰 중국과의 교역을 전부 포기하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본을 비롯한 자유진영 각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제한 요소다. 심지어는 '신냉전'의 당사자인 미국의 업계에서 또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세계와의 강력한 국제공조를 유지하며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혜안은 무엇일까.


핵심 관계자는 외교에 있어 양자관계와 다자관계를 구분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정상회담(D10)과 같은 범세계적 다자회의에 한국이 참여하고, 공동성명 채택 등을 통하여 중국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는 수가 있다"라며, 중국이 불편해할 인권 문제 등을 한국이 직접 지적할 수는 없으니,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견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윤석열 후보 또한 중국과의 '상호존중 협력시대'를 강조하며 "정경의 분리와 공동이익의 원칙에 입각하여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국제적 다자관계는 그것 나름대로 참여하되, 대북 문제를 포함한 한중 양국 간의 현안은 양자관계 속에서 '협력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2016년 중국 정부에 의한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까지 시행되었던 '사드 갈등'에 있어 윤석열 후보는 단호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내내 그 실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존재해온 사드 '삼불정책'에 대하여 윤 후보는 "중국과 맺은 협정도 아니고 약속도 아니다"라며 이는 "국가 안보 상황에 따라 입장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라고 일축했다. 사드의 추가 배치에 대하여도 "우리 정부의 주권 사항"이라며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얼마나 강화하고 한미일 간에 공조할지는 안보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라고 단언했다.


앞으로도 미중 갈등은 그 수위를 더해나갈 것이며, 한국 또한 '범세계적 현안에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많은 나라들로부터 입장 표명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그간 줄타기를 하며 버텨왔으나 피할 수 없는 외교적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건국의 근간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의 동료들과 함께 할 것인가, 북한 '짝사랑'에 매몰되어 외교가 실종되어버린 지난 5년을 반복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그 답을 30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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