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외교 전략 톺아보기

이재명의 '실용 외교' ②

by 김코알라

이재명 후보의 대일 전략은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에 맞는 한일관계 재정립과 실용적 접근을 통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으로 요약된다. 그는 줄곧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며, 과거 오부치 총리가 밝혔던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일본이 지켜나갈 경우 한일관계는 얼마든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이재명 후보는 대표적인 '대일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관훈토론회에서 "일본은 완전한 우방국인가"라며 일본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두고 억지 주장을 반복하는 것 역시 "유사시 한반도 진출을 위한 인계철선으로 쓰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일본의 '무역보복조치' 당시에도 "일본이 다시 경제 침략을 시작했다. 기회와 역량이 되면 군사적 침략조차도 마다하지 않을 집단으로 생각된다"라며 줄곧 일본을 적성국(敵性國)으로 간주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 본인은 억울한 듯하다. 그는 지난해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흔히 '대일 강경파'하는 시선에 대해 "한 측면만을 본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항변했다.

이 후보는 한일관계 전반에 대한 일본인 기자의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일본 국민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라며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사이는 좋아야 하며 한일관계 역시 당연히 좋아져야 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어, 협력하고 도움 되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과거 강경 발언을 거듭한 것은 오로지 일본의 '특정 정치권력들' 때문이었음을 지적하며, 국가 간 관계와 국민 간 관계를 분리하여 사회, 경제, 교류 문제 등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이른바 '투트랙'을 통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다만 그럼에도 일본 정치인들이 "군국주의를 추구하는 경향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라며 한가닥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일관계의 최우선 현안인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를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하여, 삼권분립에 대한 양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행정이 사법에 절대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면 범죄로 처벌받는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이미 이뤄진 판결의 집행을 멈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상황이 다름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위에서 일본의 진지한 사과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현실적인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일 전략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와 국민을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어떠한 영역에서 어떠한 교류가 가능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는 전무하다는 점이 똑 닮았다. 현안인 과거사 문제 또한 '상황 파악'에 그칠 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장막 뒤에 숨어 책임을 방기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과거 행보를 보건대, 언젠가 내외부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반일감정'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2019년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안일한 태도처럼 아무런 망설임조차 없이 '노 재팬 광풍'을 손쉽게 꺼내 들 것이라 생각된다.


이재명 후보의 외교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한 대학 교수는 "반일 카드를 당장에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정권을 잡게 된다면 일본에 대해 훨씬 더 유연한 자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 내 비주류 정치인으로 성장하며 항상 위기를 떠안고 있었던 인간 이재명이 지지율 결집에 즉효한 '반일 카드'를 신중히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실용적이고 유연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역설적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그만 고개를 대각선으로 갸우뚱 끄덕이고 말았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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