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니?”
“병원이야. 허리 때문에 입원했어.”
“뭐? 왜 말 안했어? 언제까지?”
“하루만 입원하고 퇴원할 거야. 엄마한테 말하지 마.”
몇 달 전 동생이 말했다. 허리가 또 아프다고.
동생에겐 허리 디스크가 있다.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직장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거다.
동생은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나는 그를 미국인이라 부른다.
어렸을 때는 육상 선수를 했을 정도로 날씬한 아이였는데 직장에서 하루종일 앉아 있다 보니 뱃살도 찌고 허리에도 무리가 갔다.
척추뼈 5번과 6번이 안 좋다고 한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허리는 망가진다.
척추뼈 사이에는 디스크라는 구조물이 있다.
디스크는 앙금(수핵, 섬유륜, 종판)을 품은 찹쌀떡 모양인데, 이 앙금이 찹쌀떡을 찢고 나오는 게 바로 디스크다.
디스크는 손상되거나 탈출되는 경우, 대부분은 스스로 치유된다.
다만 평소에 좋은 자세와 좋은 운동이 필요하다.
동생은 한번 허리를 다친 후 오랫동안 운전하거나 의자에 오래 앉아 야근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허리에 통증이 온다고 한다.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된다.
동생은 ‘이번엔 입원을 해야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니 운동 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문제는 이 놈이 평소에 운동을 안 한다는 거다.
운동을 하라고 충고를 해도 피곤하다, 시간이 없다, 살 빼는 게 쉬운 줄 아냐, 다음 달부터 할거다 등등 변명만 늘어놓는다.
그러다 일 년에 한 번 허리가 아파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되면 그제야 후회를 한다.
이번에 나으면 반드시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방 맞고 일주일 정도 고생한 후 허리가 제자리를 잡으면 의지는 또 약해진다.
회사에서는 일에 치이고 집에서는 어린 자식들과 놀아주느라 바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건 잘 안다.
대부분 ‘건강’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속한다.
당장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기에 우선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챙기겠다고 말한다.
건강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간 노년에 파산하고 만다.
아니, 노년이 오기 전에 몸이 망가져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매달 적금을 붓듯 건강도 매일 조금씩 ‘운동’이라는 적금을 부어야 한다.
동생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병원에 입원 한 후 다음날 퇴원했다.
주기적으로 동생이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걸 지켜본 나로서는 화만 날 뿐이다.
부모님 챙기는 것도 바쁜데 내가 너까지 챙겨야 하니?
허리에 관한 책을 뒤적여 허리 운동에 좋은 동작들을 사진 찍어 동생에게 보내준다.
통화 할 때마다 허리는 괜찮은지,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기가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다시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 뒤 턱걸이로 운동을 바꿨다.
문틀에 턱걸이 봉을 설치해 하루에 10개를 한다.
이때 허리에 힘을 주면 안 된다.
팔과 배에 힘을 줘야 한다.
턱걸이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건강한 사람이 똑바로 서면 허리에 C자형 커브가 생긴다. 이 커브가 요추 전만이다.
척추는 크게 목에 위치한 경추, 등 쪽에 있는 흉추, 허리에 있는 요추로 나눠진다.
사람의 허리는 서 있을 때 자연스럽게 활처럼 휘어진다.
이때 부위에 따라 경추 전만, 흉추 후만, 요추 전만 상태라고 부른다.
바른 자세로 앉으면 요추 전만이 잘 유지된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소파에 앉으면 요추 전만 자세가 무너진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허리 디스크를 조금씩 손상시키는 주범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스트레칭을 하겠다고 요가 매트에 발을 쭉 뻗고 앉아 두 손을 발끝에 가까이 하며 몸을 늘리려 한다.
이때 허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허리를 앞으로 구부릴수록 디스크 안에 있는 뒤쪽 섬유륜이 얇고 약해진다.
수핵은 약해진 후방 섬유륜 쪽으로 밀리다가 섬유륜을 찢고 디스크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게 바로 디스크 탈출증이다.
10대 20대는 이런 운동이 아무 무리가 없고 오히려 척추를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40대라면 조심해야 한다.
허리만 구부리지 않아도 디스크는 안전하다.
허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운동은 간단하다.
구부리는 것을 펴는 동작을 하면 된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목과 어깨를 천천히 뒤로 젖힌다.
의자에 앉아 있다면 두 팔을 등 뒤로 활짝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신전 운동은 허리를 요추 전만 상태로 만들어 수핵을 앞으로 밀고 후방 섬유륜은 두껍게 만든다.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하면 좋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의자도 정말정말정말 중요하다.
허리 부분을 받쳐주는 곡선 형태의 의자를 사용하거나 허리 쿠션을 이용하면 요추 전만을 유지할 수 있다.
나도 몇 년 동안 식탁 의자에 앉아 글을 써왔는데 허리와 목에 관련된 책을 읽고 즉시 시디즈 매장으로 달려가 의자를 구입했다.
이렇게 비싼 사무용 의자를 사게 될 줄이야...
발받침도 샀다.
자동차 좌석에 앉을 때 사용할 작은 쿠션도 샀다.
주변에 허리 아픈 지인이 흔하다.
나 역시 아프기 전에 바른 자세로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리는 눈만큼 소중하니까.
마흔 넘으니 신체 하나하나가 새롭게 의식된다.
예전에는 무릎이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