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유년부 교사 MT를 다녀왔다.
장소는 대부도.
바람이 태풍처럼 부는 날이었다.
오후에는 카페에서 친교를 위한 게임을 했다.
각자에게 질문지가 주어졌다.
우리는 각자 손을 가리고 자기만의 답을 적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가장 최근에 여행 다녀온 장소는?
다시 태어나면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은?
하루에 잠은 몇 시간 자는지?
질문은 총 스무 개였다.
인원은 총 스물 두 명이었다.
질문지를 모두 통에 넣고 한사람씩 돌아가며 종이를 뽑았다.
종이를 뽑은 사람이 질문과 답을 읽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날 참석한 대부분의 선생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평일 저녁마다 혹은 하루 종일 얼굴을 봤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울고 기도했다.
누구인지 금방 맞출 줄 알았는데 자꾸 틀렸다.
누구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대답도 많았다.
질문과 답을 들으며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관심은 주로 아이에게 향한다.
반 아이들이 한 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기분은 어떤지, 신앙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를 살피다 보면 동료 선생님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
가족처럼 자주 만나지만 애써 관심을 갖지 않으면 10년을 함께 해도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이제 나는 ‘엄마는 외계인’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안다.
이제 나는 다시 태어나면 성악가가 되고 싶은 선생님이 누구인지 안다.
이제 나는 하루에 4시밖에 안 자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안다.
이제 나는 팥을 싫어하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안다.
그렇게 답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소한 것들을 알아가면서 그 삶에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우리의 행복은 전적으로, 철저히 다른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다. 가족, 친구, 이웃, 게다가 우리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무실 청소부까지도 모두.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니다. 접속사다.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