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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소비단식

by 유자와 모과
샐러드야채.jpg


4월은 카페 순례의 달이었다. 이유가 있긴 하다.

경기도에 있는 모과 회사가 서울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해서 미리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말이다. 회사가 이전을 다시 고려한다고 한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 걸어 다니던 모과는 한 시간을 운전해 경기도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일주일에 두 번 데려다 준다.

한 번은 모과를 회사에 내려주고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다 교통 체증이 풀리면 다시 서울로 온다.

한 번은 모과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친구도 만나고 도서관도 가고 부모님 댁도 가고 카페도 간다.


4월 한달동안 카페에서 쓴 비용이 20만원이다.

날이 좋아 친구도 자주 만나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오긴 했지만 심하긴 하다.

푼돈이 모여 목돈이 되었다.

커피값을 아끼려 원두도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이런 과소비를 하다니.

정신이 번쩍 든다.


5월에 모과와 일본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저가 비행기를 타지만 해외는 해외다.

올해는 이사하느라 돈이 탈탈 털려 해외여행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던 중 모과가 도쿄 특가 비행기표를 발견했다.


- 둘이 39만원이면 되겠는데?

- 뭐해, 어서 결제하지 않고.


나중에 알았다. 도쿄 호텔 가격이 작년에 비해 두 배 뛰어버린 걸.

정말 이럴 줄은 몰랐네.

6월엔 난범 언니와 삿포로에 간다. 작년에 약속했다. 내년에 함께 일본에 다녀오자고.

그땐 몰랐지. 갑자기 서울로 이사하게 될 줄.

약속은 약속인지라 비행기표를 끊었다.


치과 치료비도 뭉텅이로 나갔다. 또 충치가 생겼단다.

7년 동안 원장님을 자주 봐서 가족처럼 느껴진다.

핸드폰은 안 챙겨도 칫솔은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나로서는 무척 억울하다.

역시 가족처럼 느껴지는 실장님께 하소연했다.


- 충치 잘 생기는 치아가 있는거죠?그쵸?

- 맞아요. 충치 잘 생기는 치아가 있어요. 남편분은 충치가 잘 안 생기는 치아고...


카드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눈사람을 만들었다. 4월 소비단식은 완벽한 실패다.

봄이 왔다고 마음이 느슨해졌다.

체크 카드를 만들어야겠다.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되겠다.

결제할 때마다 통장에서 돈이 줄어드는 압박감을 느껴봐야 할 것 같다.

모과한테 체크카드를 만들겠다고 하니 웃는다. 왜 웃니?


- 기억 안나? 예전에 돈 절약하겠다고 체크 카드 만들더니, 체크카드도 쓰고 신용카드도 쓰고.

돈 두 배로 써버렸잖아. 몇 달 하다 포기한 거 진짜 기억 안나?


기억 안난다. 도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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