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이 왔다.
찬바람이 불어도 봄이 오는 걸 막을 수 없다.
봄이 오니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날이 좋아 서울을 동네방네 걸었다.
시장이란 시장은 다 가보았다.
친구들과 걷고 모과와 걸었다.
아직 나무들은 소식이 없지만 카랑코에, 히아신스, 애니시다 화분이 봄 소식을 전했다.
날이 좋아도 밥은 해야 했다.
식단 짜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일은 재밌으면서도 번거로웠다.
제일 귀찮은 건 식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거다.
쌀, 서리태, 달걀, 대파, 버섯, 치즈, 올리브 오일같은 수 십가지 품목을 주기적으로 주문해야 하는데, 각각 사용기간이 다르다 보니 매번 사야 할 게 끊이지 않는다.
소금, 꿀, 후추처럼 일 년에 한 번 정도 사는 품목도 있다.
그런 건 그때마다 더 좋은 상품이 나왔나 검색도 하기에 품을 더 들여야 한다.
식재료를 버리지 않도록 잘 돌보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주일 뒷베란다 식재료 보관함을 살펴보니 느타리버섯 한 팩이 남아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며칠 이내로 먹어야 하는데, 다음날 여행을 떠나야 해서 그날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할 수도 있었다.
작년까지 주일 저녁은 항상 외식을 해왔다.
예배와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면 기진맥진하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우선 버섯을 냉장고에 넣은 후 나중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월부터 집밥 먹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버섯볶음을 만들었다.
김과 함께 먹으니 맛있는 한끼 식사가 되었다.
아낀 외식비는 어김없이? 다른 항목에서 새어 나갔다.
설날이 있어 선물과 용돈으로 돈이 나갔다.
봄옷 사느라 돈이 또 나갔다(축복의 봄이 왔으니 옷은 좀 사야겠지).
외식까지 했다면 큰일 날 뻔했다.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외식하기를 매달 10만원 지출로 바꾸려 한다.
외식이라는 범위가 애매해서다.
지난번 광장시장에서 꽈배기와 핫바를 사 먹었다.
만약 간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면 그건 한 달에 한번 외식하기에 포함되는 걸까 아닐까?
횟수보다는 가격을 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만원은 밥값과 커피값이 포함된 비용이다.
1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봉투에 넣은 후 빼서 쓰려고 한다.
남으면 다음 달로 보낼 수 있다.
커피는 한 잔만 사서 밖에서 마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올 때까지는 꽤 재밌는 놀이가 될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마음껏(이라기보단 10만원치...) 밖에서 먹고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