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한 살 더 먹은 걸 몸은 어떻게 아는 걸까?
밤에 불현듯 잠을 깨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통잠을 못 잔다고 하는데 그게 벌써 왔다고?
헬스장에서 마이마운틴 디렉스에 올라 땀을 흘리며 결심했다.
평생 헬스장에 다니기로.
작년에 3개월권을 끊으며 봄 여름 가을엔 뒷산을 오르고 겨울에만 실내에서 운동해야지 생각했다.
한 살 더 먹었다고 팍팍 티를 내는 몸을 보니 안될 것 같다.
정신 좀 차리게 단련을 시켜야겠다.
올해 목표는 외식 안하기다.
모과가 회사에서 점심 사 먹는 건 제외다.
둘 다 지인을 만나 식사하는 것도 제외다.
우리 둘이 외식하는 것만 금지하기로 했다.
카페 가는 건 된다.
디저트를 주문하는 건 안 된다(선물로 받은 쿠폰이라면 가능하다).
외식은 한 달에 한 번만 가능하다.
그 달에 외식을 하지 않더라도 다음 달로 적립시킬 수 없다.
하는 김에 과자 사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구입은 가능하다.
내 맘대로 정한 기준이다.
그리하여 한 달 내내 집에서 밥하느라 무척 바빴다.
책 읽을 마음의 여유도 없더라.
밀키트도 잘 활용했다.
예를 들면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쌀국수를 냄비에 넣고 고수, 부추, 버섯 등 야채를 추가했다.
거기에 레몬즙만 꾹 짜면 밖에서 먹는 쌀국수와 똑같은 맛이 났다.
장보는 횟수도 늘어났다.
온라인으로 사기 어려운 품목도 있었다.
소고기 다짐육 300g이나 바나나 한 송이만 사고 싶을 땐?
다행히 헬스장이 시장 입구에 있어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한 손엔 늘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모과 퇴근을 기다렸다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왔는데, 이젠 그럴 수 없으니 도시락을 싸야 했다.
겨울이라 도시락 메뉴는 김치볶음밥.
회사 로비에 휴식 공간이 있고 전자레인지도 있다.
질 좋은 독일 부어스트 소시지와 볶으니 뭘 넣어도 맛있었다.
신기하게 집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밖에서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번달 말까지 외식을 하지 않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집에서 먹는 게 만족스러우니 그런 것 같다.
지인들 만날 때 하는 외식으로 충분하다.
아쉬운 건 과자다.
달콤한 무언가를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구마 말랭이도 만들고 커피 쿠키도 만들었다.
엊그제는 브라우니가 먹고 싶어져 카카오 70% 커버처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를 주문했는데 재료비만 3만원을 냈다.
카페에서 신용카드만한 브라우니 한 조각을 5천원에 파는 이유가 있었다.
1월 초에 외식하러 갈 식당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
조개찜이나 해물찜을 먹으러 가야지.
어영부영 하다보니 1월이 다 갔다.
1월 외식 쿠폰은 날아갔다.
2월에 뭐 먹을지 궁리해야겠다.
외식을 안했더니 나가는 돈이 줄어들긴 했다.
그걸 잘 모으면 좋았겠지만, 침실에 놓을 푹신한 암체어와 특가로 나온 푸꾸옥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니 지난달과 카드값이 비슷해졌다.
그렇다면 매달 암체어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만큼 외식비가 나갔다는 걸까?
한 해 동안 실험한 후 분석해 보겠다.
앞으로 요리 실력이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된다.
육체는 시들어가도 마음만은 자신만만해지는 중이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리바이 병장처럼 모든 식재료를 샥샥 정복하는 요리 전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