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화 주제가이자 어린이 인기 동요 중 하나인 ‘꼬마자동차 붕붕’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꼬마차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꼬마차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랄랄랄라, 랄랄랄라~” 하지만 현실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6개월간 경차를 몰아본 나는 동요 가사를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꼬마차를 몰면 아무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걸리적거리지 말라며 뒤에서 경적을 빵빵 울려댄다.
취직할 때 필수라는 말을 듣고 22살에 1종 운전면허를 땄다. 면허는 취득했지만 차를 산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당연히 차를 몰 기회도 없었다. 30살에 결혼을 하고 서울에서 신혼을 시작했지만 우리 부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 노선은 완벽하니까. 그렇게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자동차에 콩알만큼의 관심도 두지 않고 살았다. 머리가 하얗게 될 쯤에는 레벨 4단계의 자율주행차를 타볼 수 있을 거라 소망하며 그때까지 건강관리나 잘 하자 싶었다. 하지만 종종 그렇듯 미래는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몇 년 전 나는 의왕으로 이사를 했다. 작년에 부모님은 우리 집과 가까운 수원으로 이사를 오셨다. 차를 타면 20분 만에 부모님 댁에 도착하는데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걸어가야 간신히 도착하는 과정이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아빠는 수원으로 이사 오신 후 가끔 지하철만 이용하시고 차를 타지 않으셨다. 2년 전 아빠가 구입한 레이는 주차장 구석에 갓 구운 식빵처럼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자동차 정기 점검을 하러 정비소에 갔더니 차를 주차장에 세워만 놓아 브레이크 주변이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차를 움직여 주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으셨다.
엄마는 오래전 운전하는 걸 그만두셨고 아빠는 연세가 들수록 체력이 약해지셔서 운전을 힘들어 하신다. 아빠는 내가 차를 가져가고 혹시 급한 일이 있을 때만 운전기사 노릇을 해주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물론 나는 단번에 싫다고 했다. 차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 굳이 운전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운명은 파울클레가 그린 <앙겔루스 노부스>의 천사처럼 과거를 향해 얼굴을 돌리려는 나를 새로운 미래로 끝없이 몰아넣는다. 매주 부모님 집을 왕복하다보니 시간과 체력이 낭비되어 갔고, 답답한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도 견디기 힘들었다. 부모님과 나들이를 떠난 어느 날, 뒷좌석에 편히 앉아 쇠약해진 아빠가 운전하시는 걸 지켜보다 결국 운전대를 잡아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장롱면허 운전 연수를 받은 후 아빠의 차를 넘겨받아 마흔 살에 처음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동차와 인사를 건네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차츰 자동차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간다. 뒤늦게 자동차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그의 친구가 되어보니 새로운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뚜벅이로 살아갈 때와는 또 다른 풍경. 그 세계를 말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