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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두 Apr 09. 2024

길 가던 할아버지에게 20대 때 무얼 해야 하는지 묻다

산책의 이유

이번 한 달간 참으로 속상했습니다. 아무래도 외풍을 많이 맞은 탓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선 졸업하고 취직하고 소식이 들려오는데, 저는 별 성과를 못 냈기 때문이죠.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나?, 안정된 삶을 택해야 하나?' 스트레스가 쌓이니 우울함이 찾아와 저를 부정만두로 내몰았습니다. 답답함에 골머리를 앓던 중 문득 어른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저는 길 가던 하얀 수염을 기르신 정정한 할아버지를 무작정 멈춰 세웠습니다.     


'안녕하세요. 뭣좀 여쭤봐도 될까요?     


'어? 어 그래요.     


'20대 때는 무얼 해야 좋을까요?'

(내가 생각해도 참 답 없는 질문이고 뜬금없다. 그러나 어르신은 내 눈을 한번 쳐다보고는 수염을 만지작 거리시며 먼 곳을 응시했다.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1분이 넘도록 멍하니 서 계시더니 나지막이 내뱉으셨다.)     


'생각해야죠, 계속 생각해야 해요. 저는 되도록이면 걸으려고 해요. 생각할 거리가 있으면 걸어요. 지금도 그래서 걷고 있던 거고요. 걷다 보면 생각이 나고, 생각나면 해야 해요. 열심히 하면 또 생각할 거리가 생겨요. 그럼 또 걷고 생각해야 해요.'   

(예상치 못한 진솔한 답변에 나는 감동했다.)     


'그럼 어르신의 20대에게도 같은 말씀을 전해주고 싶나요?'   

  

'저때는 선택지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경우의 수가 많잖아요. 자꾸 생각해서 선택을 잘해보세요. 계속 생각해야 해요'       

(이후 그 자리에서 10여 분간을 할아버지와 이야기했다. 노력해서 경험을 얻으라는 말씀, 직업에 관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택하라는 말씀, 책 중에는 철학책을 많이 읽어보라는 말씀 그리고 다시 이왕이면 걸으면서 생각하라는 말씀. 나에겐 큰 위로였다.)

     

지내다 보면 한 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다. 심지어 이유도 잘 모른다. 사람 감정이란 게 날씨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걸어야만 한다. 눈이 내리면 맞아도 보고 만져도 보고, 볕의 봄기운이 느껴지면 외투를 벗어도 보고, 바람의 냉기가 따가운지 시원한지 밖으로 나가 걸어야만 안다. 그래야만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주체적인 인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산책'이라고 부른다.      


산책 중독에 가까웠던 내가 요즈음은 춥다는 핑계로 멀리하고 있었다. 방 안에서 명상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상담을 찾는 것도 좋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고 나를 다스리는 것도 좋지만, 정작 산책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생각하기 위해 걷고, 걷기 위해 생각하는 것.' 다시 실천해 보며 내 기분을 헤아려줘야지. 때로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줘야지.     



제게 다시금 산책의 의미를 되새겨 준 할아버님께 감사드립니다. 젊은 청년이 갑작스럽게 묻는 질문에 곤란하셨을 법인데 진지하게 고민해 주신 덕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20대 시절에게 어떤 말씀을 전해주고 싶나요? 혹은 지금의 20대들에게 무얼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나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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