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그리고 반복
그 문제는 저 멀리, 아마 히말라야산맥의 구릉 지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숙주를 마음껏 먹고 사는 기생충은 숙주가 죽어버리면 다른 숙주로 옮겨간다.
그러나 기생충이 숙주 생물종 전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기생충은 고등 생물 형태와 타협하며 살아가게 된다. 기생충은 독성이 점점 줄어들고, 숙주 생물종은 생물학적 내성이 강해졌다. 그렇게 한곳에서 머무르며 서로 타협을 했으나, 사람들은 한 곳에 머무르는 것에 만족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가며 활동 반경이 넓어진 사람들과 이에 따라 같이 세계가 넓어진 기생충이 있었다. 모름지기 질병은 먹이로 삼을 만한 새로운 숙주를 발견하면 독성을 띠는 법.
원래대로라면 근처 풍토병으로 끝났어야 했겠지만, 역사의 파도는 이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1345년, 러시아 지역을 장악한 몽골족은 끝가지 저항하는 흑해 연안의 카파라는 도시를 포위해 공격하고 있었다. 쉽게 성을 함락시킬 수 없자 전염병으로 죽은 시체를 투석기에 올려다 놓고 성안으로 내던졌다.
그래도 카파 주민들이 항복하지 않자 몽골군은 단념하고 떠났고 마찬가지로 카파 역시 전염병이 돌았다. 그동안 카파에 갇혀 있었던 이탈리아 제노바 상인들은 배에 교역용 화물과 페스트균(흑사병)에 감염된 벼룩, 쥐를 데리고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이 전염병은 약 10년마다 재발을 하며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시킨 흑사병 즉, 페스트이다. 자그마치 300년 동안 이 병은 온 유럽을 돌고 돌아가라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이러한 전염병의 유행은 사람들이 살던 가족과 사회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으며, 그래서 페스트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같을 수가 없어졌다.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사실 여러 생존자의 처지에서는 삶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우선, 군사적 침략과 달리 전염병은 기반 시설을 훼손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유행병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만, 도로와 건물과 운하 같은 시설에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명 손실은 심각한 결과로 초래한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임금이 상승했고, 어떤 여성들은 이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p269~272)
역사를 땋은 머리에 빗댄다면
환경, 도구, 언어
언어가 생기기 전, 환경에 맞춰서 살았던 사람들은 다른 모든 영장류들과 비슷하게 살았었다.
하지만 언어가 생긴 후로 시공간적으로 떨어져있어도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벽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다양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언어가 생기자 도구 제작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어떤 도구를 만들때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언어를 통해 제작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러자 환경에 맞춰 살았던 사람들은 다른 환경에 진출하여 살 수 있게 되었다.
언어, 도구, 그리고 환경은 다양한 문명을 만들게 되었고 우리 모두 서로를 연계되게 만들었다.
물리적 세계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발명품과 제품, 그리고 인간에게 필요하거나 인간이 원하는 것을 환경으로부터 얻어낼 때 쓰이는 발명품과 제품이 꾸준히 추가되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인공적 환경은 끊임없이 바뀐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은 마친 자신이 여기에 없다는 듯이 세계와 거의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인간 빼고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피조물도 거의 없다.(p514)
어떤 종은 자취를 감추고, 또 어떤 종에서는 새로운 종이 파생되어 번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명의 역사에 비정상적인 순간도 생기는 법이다.(p515)
환경이 급속도로 변한 만큼 대부분의 생명 형태는 제때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는 굉장한 성공을 이룬 생물종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성공 때문에 다른 여러 생명 형태가 멸종했다. 물론 대놓고 죽이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이 소멸한 것은, 우리가 환경을 우리에게 필요한 대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생물종의 대규모 소멸 현상은 결국 임계 질량에 이르러 여섯 번째(지난 50억 년 동안 최소한 다섯 번은 대참사가 일어나 지구상의 대다수 생물종이 사라졌다.p515)대멸종을 유발할지 모르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진보의 서사는 이 모든 문제와 얽혀있다.
이번의 코로나 이후
세계관이 끊임없이 바뀌며 새로운 드라마를 썼던 것처럼, 이번 판데믹도 새로운 드라마를 쓰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같다. 여전히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가 쉼 없이 들이닥치면서, 이 순간에도 기회를 잡는 사람은 있고 위기를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나만해도 여행을 못가는 것에서(작년에 예매했던 올해 항공권을 취소했었다.) 또... 나의 버킷이 실패하는 것인가에 좌절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씽큐on과 가족여행(15년만에 처음으로 떠남),다양한 독서 서평, 새로운 취미 개발(기타, 영어, 컴활, 그림, 영상 등)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이제는 급격하고 격렬한 변화의 시기가 오고 전혀 다른 새로운 정보를 처리 해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어느덧 다들 마스크와 생활거리에 익숙해지고 경제적 소비 패턴과 일하는 방식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약이 개발이 되든, 스페인 독감처럼 어느 순간 사라지든, 이 이후의 드라마는 새로운 역사의 무대가 시작될 것 같다.
모든 역사의 순간 순간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