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벌써 4시가 넘었잖아?"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 다 되었다. 이상하다. 그 많던 시간이 다 어디로 가버린 거지? 낮에 작업할 때 딴짓하지 말걸. 그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드라마 한 편만 볼걸. 또 그전에, 일찍 일어날걸. 또 또 그전에, 일찍 잘걸.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흘러가는 게 대자연의 섭리지만 후회는 늘 역방향으로 흘러간다. 후회의 뜻이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라는 점에서 역방향으로 흐르는 게 당연하겠지만 대체 어디까지 거슬러야 멈출지는 매번 가늠이 잘 안 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건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의미가 있다. 그저 후회 그 자체에만 머무르는 건 바람을 잡아보겠다고 허공을 휘적거리는 것과 같다. 그러면서도 후회가 먼저 밀려오는 건 그만큼 하루를 잘 살고 싶다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나란 사람은 어쩜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오늘도 가장 먼저 밀려오는 자괴감에 나를 꾸짖는 말을 내뱉었지만 후회는 잠시, 이미 일어난 일을 돌이켜 굳이 자책하기보단 한 껏 늘어진 하루를 통해 편안했던 마음을 더 소중히 대해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후회와 만족은 그림자와 빛 같기도 하다. 후회의 반대편엔 언제나 만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 해도 그렇다. 집에서 보낸 여유로운 하루를 떠올리면 삶에 대한 만족감과 감사가 절로 생겨나지만 '여유로운 하루'를 뒤집어 '이렇게 살아도 되나'로 바라보는 순간 후회와 반성으로 가득 찬다.
똑같은 하루를 대하는 마음이 이처럼 상반되게 흘러갈 수 있음을 깨닫고 난 뒤부터 웬만해선 반성보단 감사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됐다. 감사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삶의 의욕이 높아지면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걸 알기 때문이다.
퇴사 후 4년간 오늘을 잘 살아내기 위해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다. 가슴속 체증처럼 남아있는 경제적 부담감은 '감사' 보단 '반성'의 날들이 기본값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답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내리 반성만 하다간 자칫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후회가 밀려올 때면 더 감사하기로. 그저 그런 하루도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말이다.
후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내 뭘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오늘 하루의 좋은 글감이 되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일은 애써 감사한 일을 찾아야 하는 하루 보단 이왕이면 절로 감사가 넘치는 하루를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부터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