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일기

맨도롱 또똣한 1월의 제주 여행

by 알레

온 가족이 총 출동한 제주 여행. 부모님에겐 첫 손주인 첫 조카의 초등학교 졸업과, 둘째 조카의 생일까지 겹쳐 연초부터 만사를 뒤로하고 가족들이 제주에 모였다. 조카들의 이모들까지 합류하면 사돈 간의 화합의 장이 될 이번 여행은 1월이지만 맨도롱 또똣한 여정이라고 불러도 될만하다. 맨도롱 또똣은 제주 방언으로서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는 뜻인데 온 가족이 함께 하니 이보다 더 기분 좋게 따뜻할 수 있을까 싶다.


제주에 올 때면 매번 느끼는 건 단조로움과 여유로움이다.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는데 서울에선 할 일들로 꾹꾹 채워 넣어야만 할 것 같은 시간이 제주에서는 여백으로 대체되어도 마음이 평온하다. 아마도 나에게 제주는 삶이 아닌 여행이기에 그럴 것 같지만 덕분에 전보다 더 제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서울의 추위가 익숙해 짐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몰라 두꺼운 옷, 적당히 두꺼운 옷, 가볍게 껴입을 옷 등 여러 가능성을 고려한 옷가지들을 다 꺼냈다가 트렁크 공간의 한도초과로 덜어내고 덜어내기를 반복했는데, 막상 제주에 와보니 바람은 찬기운이 서려있지만 포근한 초봄 날씨 같아서 지난 고민들이 무색해졌다. 아무래도 날씨 요정이 우리를 꽤 반기는가 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대체로 날씨가 좋은 편인걸 보니.


짐을 덜어낸다고 덜어내도 28L 트렁크 하나와 기내용 트렁크 하나는 챙겨 왔다. 백팩까지 하면 가방은 총 3개다. 그러고 보면 여행 가서 매번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짐을 어떻게 챙기는지 무척 궁금하다. 옷에 맞는 신발에 소품까지 생각하면 보통 사이즈의 트렁크로는 감당이 안될 텐데. 그들의 노하우를 알고 싶다.


형네가 제주에 거주하는 덕분에 머물 곳 걱정은 한 시름 덜었다. 이제 6살이 된 아이는 사촌들과 함께 저들만의 시간을 보내니 손도 덜 가 좋다. 서울에 있었으면 종일 놀아 달라며 종일 보챘을 텐데, 이곳에선 아이와 함께 있어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아마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리라 믿는다.


제주에 가면 뭘 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었다. 여름이면 바다에서라도 놀면 되지만, 겨울이라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대부분 서울이 더 좋거나 딱히 끌리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바람만 세게 불지 않으면 야외 활동도 충분히 가능한 제주의 날씨 덕분에 아이는 큰아빠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놀고 왔다. 이 정도면 겨울에 굳이 먼 동남아나 어디 따뜻한 나라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기회만 된다면 동남아 어디 따뜻한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한결같다.


정초부터 제주 여행으로 시작한 새 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덕분에 즐거움이 더해진다. 손주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흐뭇한 미소 덕분에 온기가 더해진다. 형과 형수가 기꺼이 공간을 내어준 덕분에 맨도롱 또똣해진다. 이런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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