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길게 느껴졌던 5박 6일의 제주 여행도 어김없이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제주 여행중에는 매일 아침 창 너머로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중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를 눈여겨 본다. 아무래도 제주의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건 역시 바람이다. 아무리 1월이어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일단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흐리지만 않는다면 야외 활동도 충분히 가능한게 제주의 겨울이다.
마침 오늘, 5박 6일 중 5일째 되는 날 날씨 요정이 우리의 마지막 날을 위로해주러 왔는지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고 맑기까지 했다. '오늘은 무조건 바다다!' 오늘의 일정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 먼저 육지로 떠나는 어머니를 배웅해 드리러 공항에 가는 길에 멀리 바라본 눈 덮인 한라산의 풍광은 해외 어디도 부럽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형네가 제주에 살기 시작한 뒤로, 그 전 보다 더 자주 제주에 오가는데 매번 느끼지만 제주도 어디에 뒤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점점 '제주 부심'이 생기는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채비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평대로 향했다. 가볍게 햄버거를 먹고 아이들과 함께 평대해변에 갔다. 잔잔한 파도위로 반짝이는 윤슬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여름엔 주로 세화 바다를 찾아갔던터라 평대해변은 처음인것 같다.
여름이었으면 이미 신발을 벗고 발을 담궜을테지만 이번 여행에는 계획에 없던터라 조심 조심 물가에서 조개 껍데기를 주웠다. 조개들이 돌 주변에 많이 있어서 아이들에겐 따라오지 말라고 하고 가서 주웠지만, 어느새 뒤 따라오던 아들 녀석은 결국 한 쪽 발이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왕 젖은거 아이의 바지 단을 걷어 올려주고 맨발로 물에 발을 담궈보라고 했는데, 잠시 들어가보더니 너무 차가워서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여름보다야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조개껍데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게도 몇 마리 잡아 보고, 아이들은 그저 신나는 놀이 시간이었다.
맑고 따수웠던 날씨 덕분에 바다에서도 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길 저무는 노을 풍경도 즐길 수 있었던 제주의 마지막 밤은 깊어져 간다. 언제 다시 올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형네 가족 덕분에 제주는 언제고 다시 올 수 있는 익숙한 섬이 되었다.
오늘을 계기로 4계절 어느때고 제주에 올 땐 물에 놀 채비를 꼭 하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느 순간 날씨 요정이 또 바람을 머금어 준다면, 그리고 햇살을 쏘아 준다면 그땐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소라게를 잡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