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일기

여행은 일상을 더 가치있게 해준다

by 알레

일상을 살다 보면 막연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기대하게 된다. '일탈'까진 아니어도 '비일상'을 통한 재충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직장인처럼 계약 관계 속에 삶이 매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더 간절해질 것이다.


가질 수는 있는데 쉽게 가지지 못할 때 사람의 욕망은 극대화되는 것 같다. 과거 직장인일 때를 돌아보면 '시간'이 그런 대상이었다. 그래서 주말이고, 휴일이고, 쉬는 날이면 기를 쓰고 어디든 가려했다. 정작 퇴사를 하고 난 뒤 '시간'이 더 이상 욕망의 대상이 아니게 된 뒤로는 이러한 욕구도 사라졌다. 오히려 점점 집 밖을 잘 안 나가게 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렇다고 소위 '집돌이'라고 불리는 사람처럼 집에만 콕 박혀 사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일상이 되었다. 물론 직장이 일상의 공간일 때보다야 만족도가 높긴 하지만 집도 일상 공간이 되고 나니 점점 지루해지거나 답답해질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땐 산책이라도 나가야 환기가 된다.


지난주엔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다니고 있다. 성향이 외향인과 내향인의 경계에 있다 해도 본질은 외향인이기에 나가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살다 보니 시시 때때로 나가 주는 게 필요하다.


1박이든 2박이든, 박 수와 상관없이 여행을 떠날 땐 언제나 즐겁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일상에 비일상을 더해주는 건 언제나 새로운 기운을 흩뿌려주는 것과 같다. 가는 곳이 대체로 뻔하지만 그래도 그곳이 일상의 공간은 아니니 채워지는 건 변함없다.


신기한 건 여행에서 돌아온 순간부터다. 가령 지난주처럼 5박 6일을 제주에 다녀오는 긴 여행을 끝마치고 오면 일상의 루틴도 살짝 달라질법한데 집에 돌아오는 순간 마치 끊어졌던 흐름이 다시 이어지는 것처럼 모든 행동 패턴이 이전과 동일하다. 인간의 무의식이란 게 이렇게나 힘이 강하다는 걸 경험하는 순간이다. 심지어 잠드는 시간도, 잠들기 전 드라마를 보던 것과 마음속에 머금고 살던 불안감마저도 그대로 이어진다.


똑같은 24시간을 보내지만 여행지에선 여유와 기대, 편안함으로 정의되는 시간이 집에 돌아오면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일순간 뒤바뀐다는 게 그저 놀랍다. 그렇다고 일상이 부정적이란 의미는 아니다. 단지 여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월요일. 오랜만에 아이는 유치원에 등원했다. 평소라면 수요일에 출근했을 아내도 오늘 출근을 했다. 나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새벽에 잠들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마치 여행을 다녀온 게 잠시 시간의 왜곡장에 머물다 돌아온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일상적으로 흘러간 하루가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기분을 자아낸다. 뭐, 이것도 걸음을 멈춰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의 순간뿐이었지만.


여행이 여행다울 수 있는 건 다분히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과 일상은 빛과 어둠처럼 서로를 더 짙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일상을 소중히 할 때 여행도 더 값진 시간이 되는 법이다. 그러니 잘 살자. 매일을 충분하다는 마음이 들 만큼 살자. 올 한 해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여행이 기다려질 만큼 오늘에 애쓰며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삶도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최소한 어제보다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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