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1박 2일 여행은 턱없이 모자라다

by 알레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세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던 녀석은 그저 더 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의 끝에서 아이는 결국 그렇게 눈물을 보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운전을 해야 하고, 다음날을 위해 아이의 컨디션을 조절해야만 하는 아빠이기에 시간을 계산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보지만 그게 정말 합리적인 게 맞나 하는 생각 말이다. 내 입장에서야 서울 시내 퇴근 시간에 묶이지 않기 위한 최선이었고, 무리하면 다음날 너무 피곤해하는 아이를 위한 조율일지 몰라도 아이에겐 그냥 아빠의 강제였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한 바탕 씨름을 하고 나서도 아이는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지는 않는 것 같아 보여 다행이었다. 가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할 땐 언제고, 정작 돌아오는 차 안에서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 수시로 뒷자리를 살피는 나를 보면서 영락없는 '아들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라도 아이가 눈치챘을까 모르겠다. 아빠로서 해야만 하는 행동을 한 거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어쨌거나 아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매번 아빠의 가슴에 고이는 것 같다.


그동안 1박 2일로는 여행을 잘 떠나지 않았던 건 주로 강원도 쪽으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인 만큼 이왕 떠나는 거 최소 2박은 하고 오는 일정이 아니면 애초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천안이었다. 집에서 차로 대략 2시간 정도 거리이고, 오로지 리조트 내에 있는 눈썰매장을 이용하기 위함이어서 1박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눈썰매장의 컨디션과 리조트 내에 놀거리를 고려했을 때,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굳이 2박을 할 이유가 없는 곳인 건 맞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 보면 효율을 따지는 어른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느끼지만 아이는 그저 집이 아닌 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으니까.


틈틈이 여행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을 꽤 즐기는 것 같았다. 리조트 특유의 푹신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서너 시간 동안 카시트에 갇혀있던 몸을 이리저리 풀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한다. 운이 좋아 뷰가 좋은 객실에 머물게 되면 창 너머 경치를 감상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물놀이 일정을 잡고 가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건 역시 사우나다. 이번에도 도착 하자마자마 1시간도 남지 않은 마감시간을 앞두고 아이랑 '사우나런'을 했다. 객실에서 챙길 것만 챙기고 얼른 뛰어가 40분 남짓 뜨신 물에 지지고 왔는데 정말이지 가끔은 내 아들이지만 왜 이렇게 사우나를 좋아하는지 의문일 때도 있다. 그래도 한편으론 아들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딸이었음 내 아이랑 목욕탕에 가는 꿈은 평생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았을 테니까.


이번 여행의 주요 일정은 딱 두 가지였다. 사우나 그리고 눈썰매. 허겁지겁이었지만 사우나도 즐겼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설이었지만 눈썰매도 잘 타고 돌아왔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봤는데 정작 아이가 재밌었던 건 눈썰매가 아니었다는 것이 반전이긴 하지만. 그보단 눈썰매장 한편에 마련된 빙어낚시 체험을 더 좋아했다. 뭐 소소하게 마시멜로도 구워 먹었고, '유로번지'라는 것도 타봤으며 구슬 아이스크림도 두 번이나 먹었으니 할 만큼은 한 거 아닐까 싶다.


이제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떠나볼까나. 언제나 그렇듯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 여정을 고민한다. 문득 든 생각인데 어쩌면 아이도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인해 자연스레 다음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던 건 아닐까?


건강하게 잘 놀고 왔으니 내일부터는 또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