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말쯤에 상담 센터를 찾았다. 심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던 터라 당시에는 도저히 그냥 견디는 것으론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상담 센터를 방문했다. 그렇게 총 4번의 상담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5회기 상담은 충분히 시간을 보낸 뒤 마무리하는 개념으로 해보자고 했다. 바로 어제 그 마지막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야 어려운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매 회기가 반복될 때마다 점점 선생님과의 만남이 기대되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뀌었다. 좋은 분을 만난 덕에 예정된 1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만큼 늘 아쉬움을 남기고 센터를 나와야 했다. 어제도 그랬다.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아쉽긴 했다.
생애 처음으로 상담 센터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병은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감정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부대끼는 사람들의 면면도 제각각인 만큼 그 안에서 부딪히는 에너지도 각양각색이다.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구상에는 사람 숫자만큼 언어가 존재한다고. 그만큼 우린 서로에게 내가, 나의 언어가 존중받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런 중에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누군가를 만단 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일수밖에 없다. 상담사라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 또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더욱 바라게 되었다.
상담은 종결했지만 그때의 상황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마음이야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에 전념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몇 걸음 물러서 지켜볼 뿐이다. 사실상 마음으론 모든 걸 정리한 상태이며 이미 새로운 공동체에 속해 지낸 지 몇 달이 지나니 오히려 지난 시간을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중년의 시기에 접어들 때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을 몸담았던 교회에서 받은 상처라 많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일 덕분에 좋은 상담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또한 오래도록 머물렀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인생에 때론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때가 있다. 도무지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럴 땐 흘러가는 데로 두는 것도 답인 것 같다. 오히려 그 흐름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내 삶을 새로운 곳으로 보내준다는 걸 배웠다. 그러니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너무 비관하진 말자.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해보자.
마음의 병은 보이지 않아 자칫 가볍게 여기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또는 이겨내지 못함이 내 의지력의 부족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탓하기도 쉽다.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의 경우야 다행히 비교적 경미하게 지나갔지만 만약 상담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쩜 짙게 흉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경험은 내 삶의 새로운 지경을 넓혀주는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인생에는 버릴 경험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 또 어떤 삶으로 연결될지 기대해 보기로 했다. 부디 이 경험이 언젠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