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0분 당겨졌을 뿐인데!

by 알레

'어라, 벌써 3시가 넘었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뭐 한 게 있다고 벌써 이 시간이냐.' 놀람 반, 알 수 없는 억울함 반. 4시 전에는 글쓰기라도 마무리해야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유치원 하원 버스 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 작년만 해도 4시 40분 즈음 도착했는데, 이제는 4시 10분이다. 고작 30분이 이렇게나 심리적 압박감을 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우리 아파트가 종점인 탓에 아이 혼자 버스에 남겨지는 상황도 꽤나 마음에 걸린다.


아마도 새 학기를 맞아 버스 운행 회차를 늘린 모양이다. 작년까지는 일괄 운행하다 보니 1시간 넘게 버스를 타는 아이도 생긴다고 들었는데, 이를 개선하려고 근거리부터 시간을 조정한 듯하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덕분에 나의 하루는 생각지도 않게 더 짧아져버렸다.


사실 그간 등원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 모두 늦게 자는 편이라 아침 준비가 늘 빠듯했고, 유치원도 차로 5분 거리니 여차하면 직접 데려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한 해 동안 90%는 직접 등원시킨 것 같다. 아이도 어느새 여유로운 등원이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이제 와서 습관을 바꾸자니 꽤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이번 주에 무려 3일이나 버스를 태웠다. 누군가에겐 '3일밖에'일 수도 있겠지만, 내 아이에겐 '무려 3일이나'라고 해도 될 만큼 큰 변화다. 아내의 출근 덕분에 부지런하게 시작된 사흘은 하루가 꽤 여유롭게 느껴졌다. 반면 오늘은 늘 그래왔듯 늑장을 부리다 직접 등원을 시켰더니, 시간이 실제보다도 더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출근도 안 하면서 하원 시간이 다 돼서야 서두르는 걸 반복할 때마다 반성과 다짐을 해보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또한 꽤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사람 아닌가.


결국 글을 쓰다 멈추고 뛰쳐나갔다. 분명 시간 맞춰 나갔는데, 오늘도 버스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다. 종점이라 그런가. 민망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어떻게 하면 하루를 늘어지지 않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꽤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바람이지만 좀처럼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내적 동기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동기를 세우려 고민도 해봤지만, 이미 굳어진 삶의 관성은 그마저도 쉽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대단한 내적 동기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고작 30분 앞당겨진 하원 시간이 이 정도로 하루의 밀도를 바꿔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다음 주부터는 필사적으로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쩌면 그 30분이 내 수면 시간까지 앞당겨줄지도 모른다. 나비 한 마리가 이미 날갯짓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