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면 내 아이랑 이런 건 꼭 해봐야지.' 출산을 계획 중이거나, 앞둔 예배 부모라면 이런저런 상상으로 아이와 함께 할 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벌써 6년이나 지났지만 과거의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계속 스케일업 중이다.
그중 하나가 함께 목욕탕에 가는 거였는데 다행히 아들이 태어난 덕분에, 그리고 더 다행인 건 녀석이 사우나를 꽤 좋아하다 보니 리조트에 놀러 갈 때마다 충분히 누리고 있다. 지난번에 하루는 동네 찜질방에도 가봤다. 내 평생 손에 꼽을 만큼밖에 안 가본 찜질방인데 아이 덕분에 앞으로 종종 가게 될 듯하다.
또 하나의 로망이라면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유치원에, 학교에 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유치원 등원길에 함께 걸어서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내고, 대부분의 날은 자차로 등원시켰다. 여담이지만 뭔가 어색한 점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예리한 안목을 가진 부모임이 틀림없다. 원래대로 라면 대부분의 날은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내고, 어쩌다 사정이 있을 때 자차로 가야 하는데 우리 집은 어째 거꾸로 돼버렸다. 이제와 뒤바꾸긴 틀린 것 같아 그냥 수업 전에만 등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걸어서 함께 등원할 일은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 서둘러 나가기 바빴으니까. 그러던 중 마침 이번 주는 수업이 없고 돌봄 기간이라고 하길래, 그리고 또 마침 날도 많이 풀렸길래 킥보드로 등원해 보는 건 어떤지 물어봤더니 아이는 좋다고 했다. 화요일에 스노파크의 빙판 위에서 킥보드를 타듯 썰매를 타고 온 게 아이에게도 나름 자극이 되었나 보다.
집 현관에 애물단지처럼 놓여있던 킥보드가 드디어 제 할 일을 찾은 것 같다. 어린이집 다닐 때 장만했던 건데, 이제야 제 때를 만난걸 보니 너무 일찍 사다가 잘 모셔둔 것 같다. 몇 번 타지도 않았는데 어째 세월의 떼만 는 것 같다.
그동안 킥보드를 태울 법도 했지만 잘 그러지 않았던 건 혹시라도 다칠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솔직히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막상 아빠가 되니 과잉보호가 기본이 돼버렸다.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이 균일하지 않으면 행여나 바퀴가 걸려 아이가 넘어지면 어떡할까 싶었고, 쌩하고 지나가는 형아들과 부딪히면 어떡하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이랑 함께 나가면 온몸의 세포가 불안 센서가 되는 것 같다.
서툴면 서툰 대로, 넘어지고 부딪혀 깨지고 멍이 들어도 그러려니 할 수 있어야 아이도 대수롭지 않게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울 텐데. 아이보다 아빠가 더 새가슴이 돼버렸으니 킥보드가 집 밖을 나갈 일이 잘 없을 수밖에.
오늘 등 하원 길을 킥보드를 타고 가는 아이를 보니 이젠 그만 걱정해도 될 것 같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깨진 보도블록과, 인도로 지나가는 전동 휠체어만 피해 갈 수 있도록 살짝 거들었더니 아이는 스스로 완급 조절을 잘하며 신나게 달렸다.
하루가 저무는 시간, 돌아본 하루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이런 날이 일상이어서 감사했다. 문득 든 생각은, 아이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커질수록 나도 모르게 마음 한 편 불안도 같이 커진 것 같다. 이제부터는 불안이 자리하지 않도록 믿음을 더 강화시켜야겠다. 소중한 만큼 스스로 잘 해내리라는 믿음으로 내 아이와, 아이가 속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도 등 하원은 킥보드로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고 보니 덕분에 아침저녁 가벼운 산책 시간이 생겼다. 앞으로 더 자주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