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위에다 썰매를 깔고 신나게 달린다."
창 밖에 흰 눈이 내린 건 아니지만, 오늘 몇 시간 동안 아이스 링크에서 썰매를 깔고 신나게 달렸다. 지난주 금요일로 아이 유치원이 종업식을 한 덕에 이번 주는 별다른 수업은 없고 돌봄만 제공된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들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새 단장을 해야 하니 이래저래 가정 보육이 가능한 집은 그렇게 하길 내심 바라실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일단 다 보내는 걸로 말씀은 드렸지만.
그러던 중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가보고 싶었던 실내 스노 파크가 생각나서 아내랑 이번 주에 하루는 다녀오기로 했었는데 마침 오늘이 그날이었다.
루프탑에는 튜브 슬라이드가 설치되어 있고, 실내 아이스 링크 주변에는 휴게 공간부터 놀거리가 마련되어 있어 아이가 좀 크면 아이들끼리 놀라고 하고 어른들은 앉아서 쉴 수 있는 분위기였다. 안 그래도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빙판 위에서 격하게 썰매를 타고 있었고 차마 6세 아이를 혼돈의 장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기에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았다.
특별한 코스가 있다거나 규모가 엄청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방향으로 크게 돌 수 있는 코스가 있어서 아이를 썰매에 태우고 열심히 달렸다. 처음엔 좀 춥더니 대 여섯 바퀴정도 돌고 난 뒤부턴 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둘러보니 아빠들이 참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스쳐 지나갈 때마다 무언의 '파이팅'을 외쳤다. 아이만 밀어주다가 나중엔 셋이 나란히 서서 달렸다. 아, 정확히는 이런 모습이었다. 제일 앞에는 아이가 앉은 썰매, 그 뒤로는 아내가 썰매에 앉아 아이의 썰매를 붙잡은 상태에서 내가 둘을 밀어주는 식이었다. 결론은 나만 죽어라 달렸다는 소리다.
덕분에 오랜만에 진하게 운동한 기분이었다.
한참 재밌게 얼음 썰매를 타고 놀다가 잠시 쉴 겸 휴게 공간으로 올라와 아이와 함께 바이킹도 타고 회전목마도 탔다. 진짜 얼마 만에 회전목마를 타본 건지 모르겠다. 간식도 먹으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난 뒤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빙질에 익숙해졌는지 이번엔 아이가 밀어주겠다며 나보고 썰매에 앉아보라고 했다. 괜찮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아이를 믿기로 하고 자리에 앉았다. 무거운 아빠를 밀어주겠다고 용쓰는 아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끝까지 아이가 계속 밀도록 둘 수는 없어서 나는 앉은 상태로 발을 함께 굴렀다. 이래나 저래나 아빠의 달리기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완전히 적응을 하고 난 뒤에는 셋이 각각 하나씩 썰매를 밀면서 천천히 함께 했다.
스노 파크도 이번 주로 폐장이라 그런지 아니면 평일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편하게 놀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부터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거의 마감 시간까지 놀다가 나왔다.
아이가 6살이 되니 이제 제법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새삼 좋았다.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썰매를 밀어주겠다고 자신 있게 앉아 보라는 내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감격스럽기도 했다.
아빠가 되면서 회사로부터 독립하겠노라 선언한 뒤 대체로 지지부진했던 지난날 동안 아이를 바라보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여느 아빠들처럼 아이가 눈을 뜨면 출근해 있고, 해가 지고서야 집에 들어와 겨우 몇 시간 함께하지 못하는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넉넉하게 뭔가를 많이 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오늘처럼 평일 낮 시간에 키즈카페를 함께 갈 때나 평일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올 때면 내심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훗날 아이의 기억 속에 어떤 장면들이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아이의 마음속에 아빠와의 시간이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밤이 다 되어서야 돌아온 집, 차 안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덕분에 하루가 다 가기 전 글을 쓰며 오늘을 정리해 본다. 행복한 하루였다. 그리고 감사한 하루였다. 그나저나 내일 삯신이 쑤시는 건 아닐지 두렵다. 왠지 벌써부터 허벅지가 뻐근해오는 듯하다.
아이와 함께, 그리고 직장에서 가족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