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6세가 미운 6세였던가?

by 알레

6세가 된 아이를 보며 가끔 이런 질문이 생겨난다. '이맘때 아이들은 원래 유치원에 가는 걸 싫어하나?' 간혹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그렇다고는 한다. '왜? 요즘 유치원은 정말 재밌어 보이는 걸 많이 제공하는 것 같은데, 대체 왜?' 정작 가면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다 오는 것 같은데 유독 집을 나서기 전엔 실랑이를 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목요일, 금요일이 고비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잠에서 깨 환한 얼굴로 "아빠, 안녕?"하고 인사해주고 난 뒤 바로 묻기를, "아빠, 오늘 나 어디가?"였다. 의도를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오늘까진 유치원에 다녀와야 하는 날임을 상기시켜 줬다가 아주 거센 저항을 받았다. 그 시간도 이미 등원 버스가 다녀간 한참 뒤다.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이 할 말을 감춰버린 듯했다. 이런 상황에선 논리적 설명이나 회유는 딱히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냥 엄한 분위기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 말고는 선택할 게 없었다.


일단 아내가 병원에 들렀다 가는 걸로 아이를 달래 집을 나서긴 했는데, 이럴 때마다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다들 대체 어떻게 대응할까 궁금하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드라마 대사가 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아마 누구라도 부모 라면 자신이 겪은 것 이상으로 아이를 잘 살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보다 요즘 시대의 부모가 자녀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애쓰는 이유는 권위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과 격 없이 지내는 부모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만 봐도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일전에 들었던 강연에서 강사님 말씀은, 괜히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낸답시고 자꾸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하려 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특히 미취학 자녀들의 경우 아직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뭔가를 애써 설명하면 듣는 듯 하지만 사실상 이해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되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제 고집을 피울 거라고.


요즘 그때 강사님의 말씀이 자주 떠오르는 건 딱 내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잘 들어주긴 하는데 받아들이진 않는다. 그래서 강사님의 해법은 그냥 해야 할 일은 하는 거라고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강사님도 자녀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쓰읍!" 한 마디로 끝냈다고. 그 정도 카리스마가 있음 참 좋겠다.


뭐, 표정만 바꿔도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솔직히 나다운 모습이 아님을 잘 알기에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또 그렇다. 규칙이 몸에 배도록 반복하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야 책임감의 무게를 알기에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세상 많은 어른들이 그 규칙을 교묘하게 어기고 살아가는 걸 보면 길들여질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다.


마치 창조의 세계에서 아담과 하와가 신을 거역한 것과 같은 이치일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하아, 그나저나 6살 베기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아담과 하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게 맞는 걸까?


이런 말을 하면 어른들께서는 "그게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 나이 때 곧이곧대로 부모 말을 잘 듣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항거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던 게 떠오른다. 잘 크고 있는 거라면 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수양이 부족한 게 문제인 듯싶다. 솔직히 그래서 더 차분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주도 어찌어찌 끝이 났다. 이렇게 또 한 주가 끝나고 주말이 시작되었다. 내 생일과 아이의 생일도 지나갔고,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 것 같았던 한파도 결국 끝이 날 것이다. 아이의 시절도 미운 6세의 시기가 마냥 지속되진 않을 것을 잘 안다. 그저 어떤 시기든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가끔은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말을 방패 삼아 숨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날들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다 아이에게 양분이 되어주지 않을까 믿어본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 시기는 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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