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간 멍하니 앉아있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앉은 내 책상. 글을 쓰기에 알맞은 조도와 온도. 글이 잘 쓰일 때도 있고 한참을 고민해도 한 글자도 적어 내려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냥 난 내 방에 앉아있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누군가 말하길 글을 쓰려면 공간과 돈이 있어야 한다더라. 돈은 없지만 적어도 내 방 내 책상 하나는 있으니 이만하면 충분하다.
여행 내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환경에서 글을 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대부분 아이와 아내가 잠든 밤늦은 시간에 썼다. 고요하긴 이곳 보다 더 하지만 맞춤 환경이 아니다 보니 몰입의 순간에 이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힘겹게 썼다. 그래서 또 너무 가볍게 썼다. 그러다 보니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좋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라는 제목처럼 쉽게 쓰인 글이 때론 너무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고 매사에 힘을 주자니 그러다간 오히려 글쓰기가 어려워질게 뻔하고, 또 그럴만한 통찰을 가지기엔 아직 삶이 너무 짧아 어렵긴 매한가지다. 이래도 저래도 고민이라면 그냥 쉽고 가볍게 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다. 적어도 나 한 사람은 좋으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한다. 에세이도 잘 쓰고 싶고 짧은 글이 대세인 인스타그램 콘텐츠도 잘 만들고 싶다. 둘 다 글쓰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표현 방법이 너무 다르다. 익숙하기야 에세이가 더 한데 그저 익숙한 정도일 뿐 잘 쓴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도 손에 잡히는 건 자기 계발서가 대부분이다. 자기 계발서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다만 글쓰기를 향상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어떻게?'를 되뇐다.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작가의 입장에서 글을 읽게 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SNS에 맞게 콘텐츠를 잘 뽑아내는 사람들의 글을 볼 때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돌아보면 늘 더뎠던 것 같다. 빠르게 성장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우직하게 나아가면서 어느 시점에 탄력을 받아 성장 곡선을 그리는 사람이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답답함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탄력을 받는 그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라 여기면 그만이니까.
이번 여행 중에 한 가지 품은 생각이 있다. 5월이 되기 전까지 책 출간을 위한 기획, 초고 작업, 그리고 투고까지 마쳐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당장 2월부터는 브랜딩에 대한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또 글루텐과 별개로 글쓰기 챌린지를 열어봐야겠다는 다짐. 늘 했던 생각이지만 '생각'이 트랙을 한 바퀴 돌아 '행동'에게 바통을 넘겨주기까지 항상 오래 걸린다. 이제 그 시간이 온 듯하다.
글을 쓰는 시간이 좋은 건 이 시간을 통해 나의 어제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며 내일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쇳불도 당김에 뽑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동일한 것을 가지고 수차례 성찰과 다짐을 반복해야 행동을 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에 더는 안달복달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또 차일피일 미룰 수는 없기에 이렇게 글을 통해 행동을 선언해 본다.
그나저나 일단 오늘은 축구를 보며 여독부터 좀 풀어야겠다.